건설사 '팔 것은 다 팔고 돈되는 새로운 사업에 모두 눈독

생수 팔고 화장품 만들고… 건설사 생존 몸부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새 먹거리 찾는다

건설업체들이 살아남기위한 자구책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체된 국내 건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사업의 영역을 다양화 시키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사업의‘질’이 달라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건설사들이 이전에는 주택·건설이라는 본업의 범위 내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또한 주택사업에서 토목이나 플랜트 등으로 눈을 돌리거나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업종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물론 생수시장을 비롯한 유통업에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사업 부분에는 주로 중견 건설업체들이 선두에 서 있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실장에 따르면“중견 건설사는 대형사와 달리 노하우와 자금력에서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 새로운 분야에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중 신안은 지난 2월 화장품 브랜드 ‘아름연’을 내놨다. 현재 기초화장품을 생산하고 있고 앞으로 색조화장품·보디용품 등도 만들 계획이라는 것이 신안 관계자의 말이다.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호텔과 골프장 내 매장에서 판매 중인데, 조만간 인터넷 쇼핑몰과 로드숍을 개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름연 화장품 나기삼 팀장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일본·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고, 회사 소유의 호텔·골프장에 비치하는 화장품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아파트 브랜드 ‘한라비발디’의 한라건설은 생수사업으로 바쁘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데 건설업 고유의 굴착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강원도 평창의 지하수 개발에 나섰다. 2011년 말부터 준비해 현재 하루 1000t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는 1.5L 물병 66만7000여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또한 한신공영은 2010년 식품회사를 설립해 농산물 제조밎 가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쇼핑몰 운영에 나서기도 한다. 계룡건설은 2010년부터 대전 가오동의 패션 아일랜드 쇼핑몰을 운영해 수익(판매수수료)을 얻고 있다.

호반건설도 지난달 문을 연 경기도 판교신도시 아브뉴프랑 쇼핑몰을 운영, 짭짤한 부수입(임대+판매수수료)을 올린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의 새로운 사업은 아직 자사의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요즘같은 불황에‘가뭄의 단비’쯤은 된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이 줄어들면서 남는 인력을 구조조정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 결국“인건비라도 벌 수 있는 사업이면 최고라는 것이 중견 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대형 건설업체도 ‘부업’에 눈을 돌린다. 지자체와 공동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 주택사업보다 수익성이 낮아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산업단지 조성에 관심을 갖는 업체가 늘고 있다.

GS건설은 충남 예산군에 예당일반산업단지를, 포스코건설은 청원군 옥산산업단지의 시공·분양을 맡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연구위원은 “건설업계의 신분야 개척은 생존이 걸린 일”이라며 “앞으로 업종 간 경계를 두지 않는 ‘멀티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형 건설사 들은 현금화를 하기위해 자산을 매각하기도 한다.

'팔 것은 다 팔자' 나선 건설사… "불황속 재무구조 개선 시급"

건설사들은 이처럼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장기화되자 건설업계의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위한 몸부림이 가시화 되고 있다. 결국 국내 주택시장은 물론 해외 초대형 플랜트에서 발생한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당장 필요치 않은 자산을 매각하는등 현금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대형 9개 건설사들은 1분기 영업손실만 4800여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실적은 엉망이다. 영업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비주력 부문은 포기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을 중점으로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쪽으로 경영방침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GS건설, 두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건설사들이 사옥과 비핵심 사업 보유지분 등 최근 국ㆍ내외 비주력 사업 부문 자산을 집중적으로 매각하고 있다고 한다.

대우건설은 2010년말 산업은행 체제로 편입된 후 2011년부터 대한통운 지분 등 총 2조원에 달하는 비주력 부문 자산을 매각했다. 대우건설이 매각한 자산은 대한통운 지분 총 9902억원과 최근 도이치자산운용에 매각한 신문로 사옥 3900억원이 대표적이다.

이와함께 [베트남 대하호텔 지분 928억원] [대우엔텍 지분 611억원] [제3 경인고속도로 지분 540억원] 등을 매각했다. 이와함께 서울외곽순환도로, 금호타이어 지분, 중국 계림호텔 지분 등도 잇따라 처분했다. 대우건설은 GK해상도로 지분과 대한통운 잔여 지분 등도 곧 매각할 계획이다.

지난 1분기 어닝쇼크를 보였던 GS건설도 남대문 사옥을 베스타스자산운용에 1700억원에 최근 팔았다. 앞서 롯데마트 송파점 매각 금액 2000억원을 합해 GS건설은 총 37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삼부토건 역시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서울 역삼동의 르네상스 서울 호텔을 1조1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두산건설도 논현동 사옥을 1440억원에 매각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이달말까지 IT(정보기술) 사업부문을 코오롱 그룹 관계사인 코로롱베니트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코오롱정보통신에서 코오롱베니트(옛 라이거시스템즈)가 분사될 당시 나눠 가졌던 지분을 코오롱베니트에 전량 넘기는 것이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자산 매각에 앞다퉈 나서는 것은 장기화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일단은 비주력 부문 매각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주력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까지 실적 악화로 도산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된 점도 건설사들이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순위 100대 건설사 중 21개사가 현재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중이고 이중 시공능력순위 20대 이내 건설사도 쌍용건설(13위)과 금호산업(16위) 등 두 곳에 이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부채비율 등 재무상태는 해외 수주 등 영업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며 "리스크 관리를 통해 현금흐름 등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건설업체는 건설경기침체로 인한 수주감소, 종합건설사의 경영위기로 인한 피해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나무가 봄꽃을 화사하게 피운다는 진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바닥을 쳤다면 반듯이 올라올 것이다. 건설업계도 지금 침체되있는 건설과 부동산 경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해 건설산업의 도약과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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