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4주기를 진단한다

친노는 지는 "해" 인가? 와신상담(臥薪嘗膽)인가?
친노 패권·계파주의 상징으로 목소리 잃고 2선으로 물러난 친노계열 "기회되면 뭉칠 것"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았다. 친노가 없는 민주당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의 친노의 현 주소는 암울하기만 하다.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친노의 과거와 미래를 진단해보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라는 이름 뒤에는 ‘부활’(復滑) ‘결집’(結集) ‘패권주의’(覇權主義) ‘몰락’(沒落) 등 숱한 꼬리표가 붙었다 떨어져 나갔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를 이야기할 때 ‘친노’라는 용어는 과거나 현재,미래에도 빼놓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친노의 실체나 범주가 어디까지로 봐야 할 것인가를 가지고 논란이 되기도 한다.그렇다면‘누가 친노냐’는 물음에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단순논리로 대답을 한다면‘봉하마을에 다녀온 사람은 친노, 안 다녀온 사람은 비노’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눈물을 흘렸으면 친노, 아니면 비노’ ‘2004년 탄돌이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은 친노’라는 농담 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한국 정치에서 ‘친노’의 의미는 ‘계파로서의 친노’ ‘가치로서의 친노’ ‘정서로서의 친노’를 말함이다. ‘계파로서의 친노’가 존재감을 드러내어 대선 기간 중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대선이 끝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대선 당시 양정철 전 비서관은 친노계파의 실세로 거론되며 ‘친노 패권주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문제는 양 전 비서관이 2선으로 후퇴한 이후에 따로 사무실을 차리고 문 후보에게 직접 보고서를 올리는 등 대선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많이 끼쳤다는 이야기들이 돌았다. 

 상황에 따라 '친노'는 고무줄이 되기도 해

대선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그때 ‘나는 친노다’라고 먼저 나선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다”며 “나는 친노가 아니라며 뒤로 빠지는 사람이 많았고, 언론에 이름을 알리기 위해 ‘나도 끼워달라’고 나서는 사람도 소수 있었다”고 말했다. 6개월 전, 19대 총선을 앞두고 대다수의 민주당 후보들이 ‘친노’를 자임하고 나선 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양상이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친노’란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용어”라고 말했다.

이른바 ‘친노’로 지목되는 정치권 인사들의 주장에 의하면‘계파로서의 친노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신의 한 관계자는 “만약 ‘친노’가 계파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당내에서 구심점 역활을 했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노’로 분류되는 윤호중 의원이 어떻게 7위를 했겠나”라고 말했다.

당이나 원내에 친노 모임 역시 따로 없다. 주문을 내리는 ‘컨트롤타워’도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로서의 친노’가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결국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박남춘 의원은 “나는 뼈노(뼛속까지 친노라는 의미)”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계파로서의 친노는 없다”고 말했다. 전해철 의원은 “나는 당연히 친노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권력으로서의 친노는 없다”고 말했다.

이호철 전 수석은 “나는 친노”라면서 “그러나 정파로서의 친노는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친노가 있다는 말도 맞는 것 같고, 없다는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친노 모여라’는 식으로 정치적 활동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조현오 차명계좌 발언처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 있을 때 모두 모여서 방어를 같이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친노가 있다는 게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해 고무줄론을 이야기 했다.

이들이 ‘계파로서의 친노’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를 ‘친노’라고 칭하는 것은 ‘가치로서의 친노’ 정체성을 가진다는 의미에서다. 전해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치적 활동을 우선시하는 하는 사람들을 친노라고 한다면 그걸 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실재하고 있는 ‘노무현의 가치’와 그 무형의 자산을 정치적 세력으로 치환시킬 때 ‘친노’라는 프레임은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는 ‘가치’보다는 ‘계파로서의 친노’만 부각되려는 이유때문에 ‘친노’는 ‘패권주의 세력’으로 불리고 있다. 이는 당내 권력다툼 때문이라는 게 친노의 입장이다. 참여정부 출신의 관계자는 “당권경쟁 구도에서 ‘노무현 정부’는 끄집어내서 비판하기 좋은 재료다. ‘친노’에 대한 심판론을 계속해야 당내 선거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을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수 본부장은 “친노 프레임은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쉽고, 기사를 쓰기도 쉬워 언론과 정치권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도 이번 5·4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 다시 친노 논란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서로서의 친노’도 정치적 순기능 못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그러나 ‘정서로서의 친노’도 ‘피해의식’이나 ‘도덕적 순결성’을 앞세워 정치적으로 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들이 주변에서 나오는 것도 생각해 봐야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봉하마을에 갔을 때 욕설을 한 명계남씨의 행동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탈당을 한 문성근 전 상임고문을 거론하며 “2002년 친노가 소수세력으로 싸운 것과 MB정권에서 탄압을 받았던 것은 이해한다. 그러다보니 ‘피해의식’이나 ‘도덕적 순결성’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행동들이 ‘중도 친노’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마저 돌아서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피해의식’이나 ‘도덕적 순결성’은 친노가 스스로의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친노는 굳이 밝히자면 저변이 넓다고 할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가슴 아파하는 국민들이 250만명은 될 것이다. 250만명이 짝사랑하는 정치조직은 없다. 그렇게 강한 저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친노의 강점이다.

친노는 권력이 아니다.친노가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이너서클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그것이 위험요소다. 마키아벨리가 주장했듯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장애요소 중 하나가 도덕적 오만”이라고 한 말을 친노는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우월성을 바탕으로 친노의 드림Dream)이 산산조각 난 것이 이번 민주당 5.4 전당대회라 할 수 있겠다.

김한길 대표가 선출된 민주당 5·4전당대회 과정에서 친노주류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신계륜 의원은 예비경선에서 탈락했고 윤호중 의원은 최고위원 경선에서 꼴찌를 한것으로 그 해답을 찾을수 있다.

지난 15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우윤근 의원 역시 친노로 비춰지는 바람에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고 한다. 모두 친노의 퇴조를 상징하는 장면들이라고 보는 것들이다. 여기에 한명숙·이해찬 의원은 각각 총선과 대선 패배 뒤 2선으로 물러났고, 문재인 의원은 공식석상이나 트위터를 통한 발언을 제외하면 정치행보에 신중하다.

친노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패했다.그러나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듬해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친노는 부활하고 지난해 당권과 대권후보를 거머쥐던 모습과 비교하면 지금의 친노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패자는 언제든지 비수를 맞을 준비를 해야한다. 250만명의 짝사랑하는 친노의 거대한 조직을 갖고있는 친노도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한 뒤 친노책임론에 몰려 당권을 빼앗기고 지금은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나가 친노는 배타적 패권주의와 민주당의 고질적 병폐인 계파주의 정치를 대표하는 대상으로 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친노는 자신들의 실체가 과장·왜곡돼 있을 뿐 아니라 보수언론과 여당, 야당 일부가 왜곡된 개념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친노라는 정치적 그룹은 숫자상으로도 얼마 되지 않는다"며 "친노는 계파도 아닐뿐더러 현재 구심점이 될 만한 모임도 없다"고 밝혔다. 계파는 보스와 자금, 조직이라는 삼박자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친노를 과거와 같은 계파로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다만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는 쪽이 정쟁적 요소로 친노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호감도에서 1위를 차지한 점을 볼 때 친노에 대해 "경계심이 작동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하다고 한다. 지난해 4·11총선 때 공천 실패와 대선 패배에는 "친노패권주의, 친노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것으로 민주계에서는 보고있다.

미래를 바라보는 눈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당권을 상실한 친노의 재기는 요원한가를 정치권에 던져보자!  대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친노의 생각으로 보인다.

친노의 김현 의원에 따르면 "친노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 정신을 계승하는 정치적 결사체 또는 당 내 분파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가 쉽게 무너지지않는 것은 이해찬 의원부터 문재인 의원, 유시민 전 장관,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10여년 이상 노무현의 가치를 중심으로 모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당권경쟁이나 총선, 대선 등 친노에게 진실성과 정당성을 부여하면 친노의 70∼80%는 다시 뭉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다시말해 정치세력으로서 언제든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예고인 만큼 친노를 둘러싼 논란과 힘겨루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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