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아일랜드 조세피난처 설립…수백 억대 탈세혐의


버진아일랜드 비자금 조성과 관련, 검찰이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 남매, CJ그룹에서 비자금 관리 업무를 맡았던 전현직 임원 3명 등을 출국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CJ그룹의 해외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중심으로 한 증거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22일 CJ그룹 재무담당 성모(47) 부사장과 실무급 직원 등 6∼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소환조사에서 이들을 상대로 오너 일가의 자산관리 실태와 해외에 개설한 특수목적법인의 운영 현황 등을 캐묻고, 전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 등과 관련한 보강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날 CJ 본사와 CJ건설, 경영연구소, 제일제당센터, 인재원, 전·현직 재무담당 핵심 임직원 2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내부 문건,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증거인멸 정황이 있는 일부 직원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날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2008년 이후 CJ그룹에 대한 세무자료 조사 일체를 넘겨받았다.

검찰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해외에서 다수의 특수목적법인 등을 설립해 본사 및 계열사와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특수목적법인 중 두 곳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룹 측이 2008년께 홍콩의 한 특수목적법인 명의로 CJ 주식 70억여 원을 매입했으며 이 자금이 조세피난처에 숨겨온 비자금이라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측이 차명계좌를 통해 관계사 주식을 거래하는 수법으로 시세 차익을 챙기면서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정황도 잡고 조사 중이다.

검찰이 파악한 탈세 규모는 2007∼2008년께 이후 수백억 원대이다. 검찰은 연 10억 원 이상 탈세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는 점을 감안, 이 시기를 우선적인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검찰은 또 CJ그룹의 전체 비자금 규모를 수천억원대로 추정하고 자금 조성 경위 등에 대해서도 파악 중이다.

이와 관련, CJ그룹은 2008년께 거액의 차명 재산이 발각되자 국세청에 1천700억 원의 세금을 납부한 바 있다.

탈루 재산에서 공제 요소를 빼고 세율을 적용해 산정한 납부액이 1천700억 원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세무 당국이 당시 확인한 CJ그룹 측의 차명 재산은 수천억 원대로 추산된다.

검찰은 탈세 등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이재현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전날 집행한 압수수색영장에 오너 일가 중에선 유일하게 이재현 회장을 주요 피의자로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는 이 회장을 정점으로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향후 수사 경과에 따라서는 횡령·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외재산도피, 분식회계(자본시장법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법 위반) 등 추가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수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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