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로 간 최측근 최용해는 누구인가?

중국에 고개 숙인 김정은

'치고 빠지기' 출구 모색 김정은 특사 최용해 방중 중국, 한국에 미리 알렸다

최용해 특사 파견 배경과 대중관계 복원이 목적
내달 [미·중], [한·중] 연쇄 정상회담, 복잡한 한반도 정세 숨통트이나!

북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특사를 파견했다. 김정은이 특사를 외국에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특사 자격으로 최용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파견하자 서울 외교가에선 “중국 지도부에 대한 진사(陳謝) 사절단”이란 분석이 나와 방문목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정일 사망(2011년 12월) 이후 도발적 행보를 보이며 중국 측에 대항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김정은이 고개를 숙였다는 분석이다. 최용해는 올 들어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49차례 수행한 최측근 실세인많큼 북한이 이번 특사파견에 무게가 실렸음을 직,간접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22일 중국을 방문한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김정은의 친서를 조만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낮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최 특사는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과 오찬을 겸한 면담을 하고 북핵과 개성공단 문제 등 한반도 위기해소 관련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고위 외교소식통은 이날 “최 특사가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왔으며 시 주석을 만나 이를 전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 2월 3차 핵실험 강행으로 북·중 관계를 스스로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중국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중국은 매월 진행하던 당·정·군 채널의 고위급 교류를 전면 중단했다. 중국의 경고성 교류 중단에도 북한은 한층더 꺼리낌없이 자신들만의 행보를 이어갔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2087호에 중국이 동참하자 오히려 “세계의 공정한 질서를 세우는 데 앞장서야 할 큰 나라들까지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1월 24일자 국방위원회 성명)고 중국을 비난까지 했다.

대북제재 두 달 뒤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하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는 김정은 체제에 대해 우방국으로 대우하던 모습을 떠나 전례 없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보이기까지 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금융제재에 동참하면서 주요 도시의 북한은행 지점 영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대북지원의 물량과 시기를 조절하는 움직임까지도 드러났다. 최근에는 북한에 의한 중국 선박 억류 사태까지 일어나자 중국민들의 대북 감정을 악화시켰다.

중국의 심기를 더이상 건들여서 북한이 얻어낼것이 없다고 판단한 김정은은 적절한 타이밍에 고위급 특사파견이란 카드를 빼들었다.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복원하지 않고서는 체제 안정은 물론 대남·대미 관계 구도 짜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신이 전면에 나서 ‘워싱턴 타격’이나 ‘서울 핵 불바다’ 발언을 쏟아내는 초강수 도발위협을 벌였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한·미 공조가 전례 없이 공고하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번 특사 방중은 박근혜 대통령의 6월 하순 중국 방문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져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우리 정부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대북 접근에서 한·중 간 공조 기반을 다지기 전에 우리보다 한발 앞서 김정은이 중국 지도부에 모종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더욱이 북한이 우려하는 것이 다음 달 7일에 미·중 정상회담도 잡혀 있다는 것을 의식했을수도 있다.

이처럼 한·미·중 3국 간 연쇄 회담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최용해 특사방문은 꼬일 대로 꼬인 한반도 정세의 해법이 도출될 것이란 기대가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출구 마련에 나선 형국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긴장이 완화되는 결정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칼자루를 쥐고있는 상황이라 중국이 주선하는 방향에서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밝히거나 6자회담 복귀방안 논의 등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 당국자의 견해다.

특사파견 한 번으로 전례 없이 복잡하게 얽힌 정세를 단박에 풀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신중론도 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핵을 쉽게 포기하기가 불가능한 데다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여러 요구를 할 것이란 점에서 북한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한반도 긴장 완화 논의
최, 시진핑에게 친서 전할 듯

특사와 관련하여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 특사가 방문 기간 중 한반도 관련 문제와 양국 공동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중국은 시종일관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한반도 안정을 추구하고 장기적인 동북아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가 특별기 편으로 방중했다”며 “이영길 군 상장(우리의 중장), 김성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형준 외무성 부상, 김수길 군 중장과 관계 일꾼들이 같이 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5군단장을 지낸 이영길은 올해부터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맡고 있다. 김수길 중장은 지난 2월 김정은이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 참석했던 멤버다. 특사단에 이례적으로 군 인사가 많이 포함된 점으로 미뤄 방중 기간 중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북한 특사단의 방중과 관련, “중국이 사전에 우리 정부에 특사단 파견 사실을 알려왔다”고 정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우리에게 통보해준 시점을 알려주기는 어렵지만 중국채널을 통해 사전에 중국이 알려왔었다”고 했다. 중국 당국자는“중국이 ‘북한과 협의가 있을 것 같다', ‘특사가 오는 것 같다', ‘특사가 왔다’ 등의 징행형 순서대로 하나씩 순차적으로 구체화해서 알려주는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특사 파견 목적에 대해선 “정확한 목적 등에 대해서는 중국과 북한에서도 극소수만 정확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정일과 호형호제… 빨치산 최현의 아들

특사로 간 최측근 최용해는 누구인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22일 중국을 방문한 최용해(63) 총정치국장은 군 서열 2위다. 군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이나 작전을 지휘하는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보다 한 급 위라는 게 우리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용해는 지난해 말 군 주요 지휘관들의 계급이 강등된 뒤 지난 2월 유일하게 다시 진급해 원수인 김정은에 이어 차수(큰별 하나) 계급장을 달고 있다. 고모인 김경희 당비서,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같이 친인척이 아니면서도 김정은의 후견인 그룹에 드는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용해는 1997년 사로청(현 김일성사회주의 청년동맹) 비리 사건에 연루돼 숙청됐다가 2000년대 초 당 총무부 부부장으로 복권됐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자격으로 휴전선까지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접하기도 해 우리에게는 다소 낮설지 않다. 당시 김정일이 “대신 나가서 각별히 모시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 최고지도부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다.

그는 북한 민족보위상(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최현의 아들이다. 최현은 김일성과 함께 일제시대 보천보 전투(1926년)에 참여하고 빨치산 활동을 함께한 혁명 1세대다. 이런 선대의 인연으로 최용해는 어릴 적부터 김정일과 호형호제하며 지내왔다고 한다. 각종 비리로 권력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로열 패밀리급의 ‘지지 않는 권력’으로 여겨지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또 한가지 주목해서 볼것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격식 총참모장이 공항에서 특사단을 배웅했다”고 보도해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이 북한군의 모든 작전을 지휘하는 총참모장에 임명된 사실이 이날 확인됐다. 그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을 이끌었던 강경파로 최근 인민무력부장에서 해임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북한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우리역시 앉아있을수만은 없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인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낸것은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위협적 수사(修辭)로 조성된 대치 국면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확실하다면 우리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에게 전화를 하고, 필요하면 친서도 보내야 한다. 외교팀도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다시한번 박근혜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머리에 이고 사는 한반도 핵 공포를 제거하고, 상생과 평화 공존할 수 있도록 대(對)중, 대미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미 박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방문에서 한`미 대북 공조를 재확인했고, 공감대도 형성했다. 관건은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우리가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있다고 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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