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대강사업이 시작된지 5년이 흐른 2013년, 건설업계 살림살이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아쉽게도 그 물음에는 아니다라는 말이 정답인것 같다. 이전 정부가 그렸던 일자리 창출 효과도, 한국판 뉴딜 사업의 효과 또한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결론이다.
과거의 영광을 제처두고라도 건설업계 경영난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이젠 중소·중견 건설사에 이어 대형 건설사들까지도 부도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해외 건설사업에서조차 상당 부분이 적자사업으로 밝혀진 '실적쇼크'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연설에서 "이명박 정부의 공과(功過)는 역사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MB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인 4대강 사업은 공(功)보다는 과(過)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MB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4대강 사업의 문제는 말도많고 탈도 많았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퇴임을 1년여 남겨둔 시점부터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하며 그누구도 결과를 예측할수 없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4대강 사업 담합·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압수수색을 벌인 16개 건설업체 임원과 실무자들로부터 "경쟁을 하지 않으려고 업체들끼리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공구를 배정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입찰 담합한 8개 건설사에 총 1115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건설사별 과징금 부과 액은 대림산업(225억원), 현대건설(220억원), GS건설(198억원), SK건설(179억원), 삼성물산(103억원), 대우건설(97억원), 현대산업개발(50억원), 포스코건설(42억원)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사 들이다.
과징금 부과와는 별개로 지난 1월 감사원이3년 전인 2010년 발표 때와는 정반대인 4대강 사업 관련 2차 감사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의 안정성에 커다란 결함이 발견됐다고 밝히고 또 무리한 사업추진에 따라 수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부실 설계와 관리 책임도 여과없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검찰은 30여개 건설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번달에 진행했다. 또 한편으로는 4대강 담합이 문제가 되어 건설사 임원이 줄소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건설사들을 향하자 건설업계는 바짝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특히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의 단서가 나왔을 경우 수사가 확대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공격적인 해외 수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그런 건설사들이 이제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유는 해외사업장에서 부실 수주, 덤핑수주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GS건설의 1분기 대규모 적자다. 이제 이것은 대형 건설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GS건설은 올 1분기 영업손실5355억원이라는 믿기지 않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삼성엔지니어링도 2198억원 영업손실을 신고했다.
이는 건설사들이 무리수를 두었다고 볼수있다. 지난 2010~2011년에 건설사들이 수주한 중동 화공 플랜트 등의 현장에서 낮은 마진 수주가 이뤄졌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수주가 국내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따낸 것인 만큼, 제살깎아먹기식 덤핑 수주일 경우 수익성 악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업체의 경우 사업 실적을 위한 '따고 보자'식의 묻지마 수주가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수익성 악화 논란이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영업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 결국 지금의 실적 악화로 돌아온 부메랑 현상인 것이다"며 "앞으로 이 같은 부실 수주가 줄어들기보다는 더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극동건설, 진흥기업 등에 이어 올 들어 쌍용건설, 한일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두산건설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미분양으로 자금난에 빠지자 그룹에서의 긴급 지원과 자산 매각으로 1조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한라건설 역시 그룹으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은 상태다.
사태가 이쯤 되자 모기업에서도 이들 건설사를 애물단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공정위 의 4대강 과징금 부과와 검찰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며 건설업계에 몰아닦친 사정 불똥이 혹시 모그룹으로 튈까 염려하는 것이다.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계열 건설사 지원을 위해 '곳간' 문을 열어 줘야 한다는 점도 그룹사에게는 짐이 되는 부분이다.
주식시장에서도 건설업종 지수는 올해 들어서는 9.61%, 지난해부터는 20.16% 하락한 상태다. 건설업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지면서 자본시장에서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홍보담당 임원은 "4대강 담합, 실적쇼크, 부도 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업계가 자초한 것도 있지만, 실상과 달리 부도덕한 기업 집단으로 몰려 국내외 수주를 앞두고 불필요하게 기업 이미지를 깎아먹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4대강 건설사들, 담합혐의 인정 현대건설 주도…입찰방해 등 혐의 적용될듯
검찰은 또 담합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정부와 업체들간의 가교역할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 일부가 정권 핵심 관계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최근 불러 조사한 현대건설·삼성물산·GS건설·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업체 토목담당 임직원들로부터 경쟁입찰을 피하면서 서로 짜고 공구를 배정한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대운하사업을 위한 3개의 컨소시엄에 속했던 19개 업체는 현대건설을 중심으로 사실상 단일 협의체를 구성해, 4대강 사업 공구를 협의체 지분율과 연고 등에 따라 나누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지난 2009년 4월말~5월초 지분율이 상위에 있는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SK건설 등 6개 회사가 먼저 각각 2공구씩,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남은 것 중 각각 1공구씩을 나눠 입찰하기로 결정했다.
지분율이 9%로 가장 높은 현대건설이 제일 먼저 공사금액이 많고 대구에 위치해 기공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낙동강 달성보와 한강 강천보를 선택했다.
당시 시공능력 1위였던 대우건설은 선도사업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금강 금남보와 규모가 가장 큰 낙동강 칠곡보를 선택했다. 대림산업은 공사금액을 고려해 한강 이포보와 낙동강 강정보를, 삼성물산은 한강 여주보와 낙동강 낙단보를 점찍었다.
GS건설은 회사 연고가 있는 낙동강 함안보와 금강 부여보를 택했다. SK건설은 다른 대형 건설사가 택한 곳을 피해 낙동강 합천보와 금강 금강보에 입찰하기로 했다. 뒤늦게 협의체에 합류한 포스코 건설은 낙동강 공구 중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선택한 곳을 피해 낙동강 구미보를 택했다.
하지만 롯데건설, 동부건설, 두산건설 등 일부 업체들은 지분율 산정이 불합리하다며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몇개의 공구에 경쟁입찰로 뛰어들었다. 협의체 합의내용과 달리 삼성물산이 1개 공구만 낙찰받은 것은 두산건설이 낙단보 공사를 경쟁입찰로 따냈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재정사업은 경쟁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해야하지만, 공구를 미리 나누는 방법으로 업체들이 경쟁입찰을 방해하고 담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담합 이외에 주목하는 부분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현대건설의 역할이다.
현대건설은 반대여론으로 무산된 대운하 사업을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을 계속 유지하다가 경쟁 컨소시엄 업체를 합류시켜 4대강 사업 관련 단일 협의체를 구성했다.
여기에서 현대건설이 주도로 사업 변경에 따른 입찰 방식 등이 논의됐으며 사실상 대부분 입찰이 합의대로 이뤄졌다. 특히 현대건설은 다른 업체과 접촉하면서 "민간사업이었던 대운하 사업이 재정사업인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은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19개 업체 간의 공동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신규 참여사와만 별도로 협약을 맺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정황으로 현대건설과 정권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현대건설이 4대강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협의체 위원장을 맡았던 손모(61) 전 현대건설 전무를 불러 현대건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권과의 유착관계는 없었는지 등을 집중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담합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정부와 업체들간의 가교역할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 일부가 정권 핵심 관계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의 실체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들어날지 바다 한 가운데서 만난 해무를 연상시키고 있다.
윤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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