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완전 감자·채권단 출자전환 후 인수 계획


산업은행이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의 해운회사인 STX팬오션을 인수키로 가닥을 잡았다. 산은은 자율협약을 거쳐 대주주 지분에 대한 완전 감자 및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거쳐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인수할 계획이다.

28일 금융감독당국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런 방안을 마련, 감독당국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자·출자전환한 뒤 인수하더라도 산업은행은 최소 2조원 이상의 추가자금을 STX팬오션에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산업은행은 STX팬오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독당국은 회사채 시장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가급적 법정관리를 피하도록 산업은행 측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율협약은 산업은행으로서는 일종의 차선책으로 회사채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하기 때문에 법정관리보다 부담이 크다. 하지만 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채권단이 부담을 나눠진다면 인수가 좀 더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체결 이후 대주주 지분에 대한 완전 감자와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 7000억 원 중 일부에 대한 출자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후 STX팬오션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대규모 자금 투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STX팬오션의 금융부채는 4조4000억 원에 이른다.

회사채 등 1조2000억 원에 은행 대출 7000억 원,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한 선박금융 2조5000억 원 등이다. 이 가운데 자율협약을 통해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은행 대출 7000억 원뿐으로, 나머지 3조7000억 원은 산은의 몫이 된다.

이에 따라 회사채 상환을 미룬다 해도 2조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예비실사 결과 STX팬오션은 스스로 돈을 벌어 회사채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산업은행의 인수 소식에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TX팬오션은 오전 10시 2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4.96% 상승한 3천150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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