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워크아웃'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위기의 쌍용건설, 금융당국 손 떼나? 운영자금 소진, 채권단 지원 부결 땐 '법정관리'

가슴 졸이는 건설업계 굼뜬 채권단 때문에 속 타는 쌍용건설, 해외건설 수주 코 앞인데…주판 튕기는 채권단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자본확충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 결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대한 채권단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마져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시공능력순위 13위의 대형건설사 쌍용건설이 무너질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공사 수주에 악영향을 끼쳐 건설업계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운영자금 고갈로 이달 말께 만기 도래하는 어음의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초 채권은행들을 설득해 워크아웃 개시 합의를 이뤄낸 만큼 후속 절차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재무 상황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번 주 여신심사위원회를 열고 쌍용건설 (2,735원 375 -12.1%)에 4450억 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할 지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서면결의 요청을 미뤄온 가운데 자금난으로 어음 상환에 차질이 예상되자 결론을 내기로 했다.

지난 4월 삼정KPMG 등이 벌인 실사에서 쌍용건설 존속가치는 8227억원으로 청산가치(4318억원)의 두 배로 나와 워크아웃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는 이뤄졌지만 채권단의 지원 합의가 늦어진 탓이다.하지만 채권단의 최종 지원 합의가 늦어지면서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약 131억원의 전자어음을 막는 것이 당장 문제다.

쌍용건설은 지금 상황으로는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약 131억원의 전자어음을 방어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지난 3월부터 민간공사 발주처들이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으며 공사 대금은 하도급업체로 직접 지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업계 부실이 대형 건설사까지 번졌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져 위기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쌍용건설이 참여한 해외 사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30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지난 27일 터키 건설업체 등 3개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지난해부터 준비한 중동 지하철 건설 공사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쌍용건설은 최근 중동의 한 대형 지하철 공사발주처로부터 재무제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난감해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로선 재무 여건을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워크아웃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외 수주가 취소되고 낙찰 대상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쌍용 측 지분은 28% 정도로 1조3000억원 규모다. 이번계약이 성사되면 쌍용건설의 자금 유동성 위기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지만 굼뜬 채권단으로 인해 본계약 직전 단계에서 난항에 부딪혔다.

쌍용건설이 입찰을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할 예정인 총 8조원 규모의 대형 토목·건축 프로젝트의 수주에도 커다란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수주한 물량의 계약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도 예외없이 큰 손실이 예상된다. 법정관리는 해외에서 파산으로 받아들여져 지급보증을 선 금융회사들이 약 3500억원의 채권을 즉시 상환해야 한다.

쌍용건설 자금 지원은 그러나 채권은행들이 회생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채권은행들은 쌍용의 기업회생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채권단 중 무담보채권액이 가장 많은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21일과 28일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자금 지원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신한, 하나, 국민 등 다른 채권은행들도 내부 논의만 거듭하고 있다.

채권단 자금 지원이 불발 될 경우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당장 1400여 개에 달하는 하도급업체 줄도산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B2B대출(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을 포함한 상거래채권 규모는 4500억 원이다.

B2B대출의 경우 상환 의무는 원도급자인 쌍용건설에 있지만 부도가 나면 협력업체들이 이를 대신 갚아야 한다. 쌍용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믿고 외상공사를 한 협력업체들도 파산 내지는 줄 도산 위험에 직면한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감독당국인 금감원의 움직임에 건설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교통정리 차원에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쌍용건설이 어음만기를 앞두고 워크아웃을 요청하자 채권은행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일부에서는 시장 자율기능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부도가 날 경우 금융시장 영향이 크고 하도급업체 피해가 우려된다는 명분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실사를 마치고 자금 지원 결정을 앞둔 시점에서 감독당국이 힘을 못 쓰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채권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모아 쌍용건설 지원을 독려했으나 수위가 이전만 못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쌍용건설 여신지원에 관해 면책특권을 달라는 채권은행들의 요청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쌍용건설 자금 지원 결정을 미루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자금지원이 늘어지면서 감독당국을 믿고 쌍용건설 외상공사를 한 협력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들이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대규모 자금 지원 결정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며 결국 감독당국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당국의 교통정리를 요구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쌍용건설은 해외건설공사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업체”라며 “이미 자산가치가 검증된 만큼 채권단은 조속히 자금 지원에 나서는 등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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