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2차대전을 결정적으로 끝낸 게 원자탄이다. 원자탄은 원래 히틀러가 지배하는 나치 독일에서 개발하려고 했던 폭탄이다.

사실상 개발을 완료한 상태였으나 실험 단계에 들어가기 전 폰 브라운 등 독일의 과학자들이 미국으로 넘어갔고 미국에서 제일 먼저 핵폭탄을 만들게 된 것이다.

핵의 가공할 폭발력을 실험으로 확인한 미국은 가미가제 공격으로 진주만을 기습하고 태평양 상의 수많은 요새 섬에서 결사 항전하는 일본군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최후의 수단인 원자탄을 투척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시의 세계정세는 세계대전의 추축국이었던 독일과 이탈리아가 이미 항복한 상태였다. 따라서 홀로 남은 일본의 패망은 누가 봐도 시간문제였다. 한 달을 더 버티느냐 두 달을 더 버티느냐 하는 시간이 해결할 수 있는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원자폭탄을 투척할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것은 이제 와서 논외로 할 수밖에 없는 역사가 되어버렸다.

미국의 전략은 새로 개발된 폭탄을 세계에 과시함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위상을 감히 넘보지 못하게 한다는 최강의식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볼셰비키혁명으로 공산주의 이념을 내세운 러시아를 겨냥하여 패권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원자탄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단 한방의 폭탄이 도시 전체를 무너뜨리고 20만의 생명이 일시에 희생되었다. 세계 인류사상 이처럼 엄청난 위력을 지닌 폭탄은 존재한 일이 없다. 미국은 그동안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잠재적인 강국으로 부상했으나 군사적으로 이들을 모두 압도할만한 위상을 가진 나라는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에 투척한 원자탄 한 발은 지금까지의 모든 위상을 한꺼번에 치켜 올렸다.

어느 나라도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지 못했으며 세계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이러한 미국에 맞서 급작스럽게 성장한 나라는 러시아다. 공산주의를 내건 러시아는 동부 유럽을 모두 위성권으로 하는 연방을 조직하고 소비에트연방공화국으로 그 지평을 넓혔다. 미국 홀로 차지했던 최강대국의 위상은 이제 치고 올라온 소비에트연방과 어깨를 같이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느덧 세계는 양강(兩强)구도로 굳혀졌다. 여기서 원자탄을 가져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각국에서는 은밀하게 핵개발 경쟁을 벌이게 된다. 플라토늄이나 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원자탄 개발은 미국만이 가진 기술이 아니다.

유능한 과학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충분한 지원만 해주면 못 만들 이유가 없을 만큼 원자핵개발은 이미 보편화되었다.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중국에서도 원자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진 못하지만 사실상 핵을 가진 나라는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등으로 알려졌으며 북한에서도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란도 핵개발에 전력투구중이다. 이들은 무기로서의 핵개발로 세계를 위협한다.

핵을 사용했을 때 지구는 멸망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모두 자제하고 있지만 알카에다나 탈레반 같은 테러 집단이 핵을 보유하게 되었을 때를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는가. 원자력은 이처럼 무기로서의 악명을 떨치고 있지만 이를 평화적 에너지로 탈바꿈한 사례는 곳곳에서 명성을 떨친다. 인류가 최대의 덕을 보고 있는 원자력은 전기분야다. 전기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수력 풍력 화력 태양력 발전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인류는 무서운 에너지 원자력으로도 가장 값싼 발전을 하고 있어 큰 혜택을 본다.

다만 원자력발전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많은 환경론자들에게 경원(敬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발전(發電)은 좋지만 원전사고가 한번 나기만 하면 엄청난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생산면에서 발전원가를 낮추는 일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35% 이상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의 하나가 원자력 발전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전 기술도 세계제일이라고 뽐 낼만 하다. 외국에서 건립하려는 원전을 우리 기술진에서 수주한다는 큰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밖에서 터지지 않고 안에서 쪽박이 깨지는 통에 나라 망신이 보통 아니다.

게다가 전 국민과 모든 생산시설이 피해자가 되었다. 가장 정교해야할 원전 부품을 짝퉁으로 만들어 버젓이 납품했고 정품(精品)을 가려내는 시험기관이 시험성적을 위조하여 통과시킨 것이다. 수십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원전이 가짜로 꾸며졌을 때 안전성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 관계당국은 비상을 걸고 가짜 부품으로 자리를 메운 원전 발전을 중단시켰다.

올 여름은 초절전행사가 계속될 처지다.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든 이들 원전비리의 주범들에 대해서는 내란죄에 준하는 형벌로 다스리는 게 마땅하다. 신군부의 내란죄 못지않은 국가위신의 손상과 국민전체의 피해 그리고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은 그들을 아무리 혹독한 형벌로 처벌해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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