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규제로 인한 탈·불법 없애…개선효과 조기 가시화 여부도 점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감사합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은 “몇 년 동안 쌓인 체증이 이제야 내려가는 느낌”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들이 박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자신들을 옥죄어온 각종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이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 개정되는 날 감사의 노래 부르겠다”

현재 네일숍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미용사(헤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현재 네일숍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미용사(헤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 강서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차정귀(48)씨. 차씨의 오랜 바람 중 하나는 네일 아티스트도 헤어 디자이너나 피부미용사처럼 국가공인 기술자격증을 갖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해까지 15년간 네일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하고, 관련부처와 국회를 여러 번 찾아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국가공인 기술자격증이 없어 받아야 했던 서러움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눈물도 많이 삼켜야 했다.

현재 손발톱을 손질하기 위해서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미용사(헤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용사(헤어) 자격시험 내용은 네일업과는 관련이 적다. 필기시험 60문항 중 많아야 2~3문제가 네일업과 관련된 것이다. 실기시험은 아예 없다. 손발톱을 다듬고 손질하려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네일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미용사(헤어) 자격증을 취득한 후 따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네일아트를 배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네일아트를 배우려는 이들은 줄어들었고 네일숍을 운영하는 이들은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차씨도 마찬가지였다. 2~3년 전만 해도 직원을 구할수 없어 손님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네일아트 단체에서 발급하는 민간 자격증을 따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미용사(헤어)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아무리 손발톱 손질을 잘한다지만 이들은 법적으로 네일업을 영위할 수 없다. 대부분의 네일숍이 단속을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네일아트·메이크업 종사자 중 미용사(헤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4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단속이 무서워 더욱 ‘음지’로 숨는다. 자신의 가게를 내는 대신 목욕탕, 사우나, 주얼리숍, 옷가게 등에서 ‘은신’한다. 이러한 이유로 네일업 종사자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도망자’ 신세는 변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손기술이 미국 등지에 알려져 찾는 이들이 많아 외국으로 나가는 네일 아티스트들도 꽤 있다는 게 차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에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다보니 외국에서도 숨어서 영업을 해야 한다. 미국 등은 네일 관련 자격증이 있지만 외국어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림의 떡이다.

차정귀씨가 운영하는 네일숍에서 직원들이 손님의 손톱을 손질하고 있다.
차정귀씨가 운영하는 네일숍에서 직원들이 손님의 손톱을 손질하고 있다.

차씨는 “의사들도 내과, 정형외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를 통해 전문성을 더 높일 수 있다. 미용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보다 세분화되면 각자의 기술이 좀 더 발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씨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조만간 네일아트도 국가공인 자격증이 생길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콧노래가 절로 난다.

그는 “올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진행한 ‘손톱 밑 가시 힐링캠프’에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미용사 자격증이 없어도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키로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 대통령이고 진실한 대통령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현재 공중위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행령이 개정되는 날 박 대통령에게 감사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고충을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게 고무적”

서울 서초구에서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용 반도체 부품을 개발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곽말섭(50)씨. 곽씨는 지난 2008년 7월 사무실을 열고 이듬해 8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기업부설연구소는 기업의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촉진·유도하는 동시에 연구조직을 효율적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해 1981년 제정된 제도에 따라 전국 중소기업에 널리 만들어져 있다.

기업부설연구소로 지정되면 각종 조세·자금지원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다만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 2조를 보면, 기업부설연구소는 사방이 다른 부서와 구분될 수 있도록 벽면을 고정된 벽체로 구분하도록 돼 있다. 별도의 출입문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이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사방이 다른 부서와 구분될 수 있도록 벽면을 고정된 벽체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이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사방이 다른 부서와 구분될 수 있도록 벽면을 고정된 벽체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곽씨는 고정된 벽체 대신 파티션만으로 기업부설연구소를 다른 부서와 구분했다. 그가 고정된 벽체 대신 파티션을 사용해 기업부설연구소를 다른 부서와 구분해놓은 이유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직원들 간 소통이 중요해서였다.

하지만 3년 뒤인 2012년 10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실사에서 주의를 받았다. 주의를 받고도 곽씨는 한달여 동안 개선을 하지 않아 기업부설연구소 지정이 결국 취소됐다. 곽씨는 기업부설연구소를 무조건 독립된 공간으로 확보토록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현재 곽씨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행규칙 개정을 준비 중이다. 그는 “새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고충을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게 고무적이다”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가시적인 실천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 정보기술(IT)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개선과제 130건 국무회의 보고

곽말섭 대표가 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을 보고 있다.
곽말섭 대표가 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을 보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손톱 밑 가시’를 뽑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손톱 밑 가시’는 1월 말 304건, 3월 말 432건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736건을 발굴했다. 이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224건을 개선했다. 지난 1월 ‘손톱 밑 가시’ 간담회에서 제기된 건의사항 304건 중 94건의 개선안은 2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보고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추가로 432건을 발굴해 5월 14일 국무회의에서 130건의 개선과제를 보고했다. ▶PC방·만화방 내 간편 음식물 판매 허용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등록요건 완화 ▶재창업·재투자 기업의 정부지원사업 신청제한 완화 ▶법인차량 등록변경 절차 간소화 등이 대표 사례들이다.

PC방·만화방 내 간편 음식물 판매 허용은 PC방·만화방 등은 별도의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지 않아도 컵라면이나 커피 등의 간편조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현재는 PC방·만화방 등에서 조리 허용 범위에 대한 지자체별 해석이 달라 일부에서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행위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하고 있다.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등록요건 완화는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대부분이 영세해 자격요건인 매출액 2억원 이상, 디자인 전문인력 3인 이상(종합디자인 6억원, 9인)을 갖추기 힘든 만큼 이를 완화해 업체를 육성하고 수주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재창업·재투자 기업의 정부지원사업 신청제한 완화는 재기지원 필요성을 인정받은 기업은 수출유망 중소기업 지정 등 16개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실패기업인 재기지원 시책에 따른 재창업기업임에도 금융기관으로부터 불량거래처로 분류돼 정부지원사업 신청이 제한된다.

법인차량 등록변경 절차 간소화는 시스템 연계를 통해 법인 본점 소재지나 차량 사용 본거지 변경등록 사항을 온라인상으로 원스톱 처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법인의 본점 소재지 변경 등기를 신청(인터넷 신청 가능)하면 법인차량 변경 등록은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해서 번거로웠다. 한편 국무회의에서 보고된 개선과제는 분야별로 창업·입지 23건, 자금·인력 11건, 판로조달 21건, 영업·환경 23건, 위생·안전 9건, 대·중·소 상생 15건, 재정·세제 10건, 기타 18건이다.

부처별로는 중기청 25건, 국토교통부 15건, 농림축산식품부 14건, 산업통상자원부 9건, 고용노동부 8건, 조달청 8건, 공정거래위원회 7건, 기타 44건이다.

법령별로는 법률 15건, 시행령 16건, 시행규칙 18건, 고시 등 55건, 비법규 26건이다.

정부는 이날 보고한 130건 중 올 상반기에 56건, 올 하반기에 66건, 2014년 상반기에 8건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개선 효과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등을 신속히 추진하고 반기별로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5월 중 부처협의를 거친 후 6월 중 개선대책도 발표한다. 중소기업 단체와 합동으로 현장 애로나 국민불편 사항을 상시 발굴·개선하기 위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도 6월 말까지 구성한다. 규제영향평가 분야에 중소기업 분야도 신설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