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자회담 등 대화 강조… 美 "北, 비핵화 조치부터" 고수


	시진핑(習近平·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에 있는 휴양시설 서니랜즈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부터 이틀에 걸쳐 북한 핵문제 대응을 비롯해 기후변화 대응 방안, 사이버 해킹 문제 등을 논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북핵 불용'이 중요한 합의로 발표된 것은 미·중 양국이 대북 제재뿐만 아니라 비핵화 정책에서 협력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또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회담 후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모든 이슈에 대해 아주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하면서 '북한'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캘리포니아산 레드우드(삼나무)로 만든 벤치에 앉아있는 두 정상.

오바마는 이날 만찬에서도 "북한 이슈가 양국이 공동 협력할 핵심 분야"라고 했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 의제에 대한 합의 배경과 관련,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면 동북아 다른 나라들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결과는 중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북한의 핵보유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할 경우 촉발될 동북아 다른 국가들의 핵개발 경쟁 등 지역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도닐런은 이날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 '완전한 합의' '절대적 합의' 등의 표현을 반복했다. 북핵 협의와 관련한 과거 미·중 표현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강력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2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방미 때 공동성명에 북한 문제에 대해 '우려한다(concern)'는 말 한마디 넣는 데도 애를 먹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8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넥타이를 푼 채 편안한 복장으로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도닐런은 또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개발'과 '경제발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북한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같은 입장과 목표가 있다"고 했다.

미·중 정상은 이 같은 '원칙과 목표'에는 뜻을 같이했으나,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완전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측의 발표에는 '지속적인 제재의 이행' 외에 '대화' 부분은 빠져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의 토대가 단단해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이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호응함에 따라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우리 정부의 입지가 더욱 튼튼해졌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박인희 교수는 "시 주석은 이미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방중 때 북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명확히 한 바 있다"며 "남북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은 당분간 북한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과 압박을 자제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회담이 6자 회담이나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낮게 평가한다.

중국은 6자회담 등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반면,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미 있는 조치를 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 결과가 북한 비핵화 문제가 다시 6자회담 테이블에 올라올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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