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독일의 하르츠 개혁 되어서는 안돼

'고용률 70%' 무리수 두면 MB '4대강'처럼 된다

지난 4일 정부는‘고용률 70%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가 정규직 근로 시간을 줄여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문제는 이런 고용률의 산출 근거를 두고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즉“노동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는 긍정의 주장이,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시행정과·통계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반론이 맞서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주장을 밝히고 있는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률 70%가 얼마나 원대한 목표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역대 정부들이 창출한 일자리의 두 배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다가올 것이다. 이 목표를 단지 희망사항이라고 간단히 비판하기 어렵다. 선진국들의 수준이 그 정도다. 우리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특단의 방안들이 필요하다.

과거 정부들에서도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 필요성은 꾸준히 논의돼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당 근로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일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라 한다. 2011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13.5%로 OECD 국가들 평균 16.1%보다 2.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여성들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18.5%로 OECD 국가들 평균 25.2%보다 6.7%포인트 낮은 편이다.

양질의 여성 인력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차이가 난다. 노동 수요 측면에서도 우리의 장시간 근로 현실을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기만 한다면 대량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로드맵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것이 장시간 근로 규제와 대량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을 살펴보면 전체 취업 희망자 중에서 남성의 16.4%, 여성의 40.7%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했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 구직자의 43.1%, 고졸 구직자의 28.6%, 대졸 구직자의 17.8%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했다. 연령별로는 30대 구직자의 22.4%, 40대 구직자의 32.1%, 50대 구직자의 39.5%가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했다.

이 통계 자료는 2010년도 통계청이 지역별 고용 구조 조사에 따른 것으로 상대적으로 여성과 저학력층, 그리고 고연령층의 시간제 일자리 선호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수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여성들의 일과 가정 양립, 창의적이고 효율적 인재 활용 차원에서 단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직접적 성과와 더불어 많은 장점이 있다. 고령화로 인한 중·고령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예전에 인턴 수준에 머물던 청년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는 의미도 있다. 예컨대 지금처럼 노량진에 들어가 몇 년 동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느니 오전에는 공부하고 오후엔 직장 경험을 가지면서 다음 경력을 준비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다만 모든 분야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저절로 늘어나긴 어렵다. 총량적 수준에서 93만 개라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 목표를 넘어 개별 업종 차원에서 차별적인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전략이 보완돼야 한다. 아울러 왜 노조를 비롯한 일부 사회집단이 “시간제 일자리는 결국 질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의 확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하는지도 경청해야 한다. 좋은 시간제 일자리는 정부만이 아니라 결국 노사의 형편과 기대에 부응하면서 서로 간의 협력이 있어야 제대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협력의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이를 추동할 노사정위원회도 맥이 빠진 상태이고 그나마 시간제 일자리 창출 여력이 많은 사업장을 조직 배경으로 한 민주노총은 처음부터 협력 구도에서 비켜나 있다. 또한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직무에 대한 보상이 공정해야 하는데 직무 구분 기준이 엉성한 연공제 인사제도를 고쳐 보려는 의지는 정부를 빼고는 노사 양쪽 모두에서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한편 노동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2013년도 남녀 고용 평등 전 국민 의식 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 63.5%, 여성의 69.4%가 시간제 일자리로 일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부와 통계청 조사 결과 사이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노동부가 그 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노동부의 이런 이중적인 홍보 행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자신들이 직접 수행했거나 타 기관에 의뢰한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반드시 연구 보고서 원본도 동시에 공개해서 국민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그렇지 않고 연구 조사 결과만 발표하고 연구 보고서 원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검증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어 국민들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가 창출하고자 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어떤 유형일까?

정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창출하고자 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상용직 위주 일자리'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목은 앞으로 상당 기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상용직 위주의 시간제 일자리'라는 지향점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상용직 '위주'라는 문구 속에는 상용직 시간제 일자리 외에 임시직과 일용직 시간제 일자리도 일부 창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려면 자신들이 지향하는 일자리가 '정규직이되 시간제인 일자리'라고 분명히 못을 박아야 한다. 그래야 이 정책이 비정규직 양산 정책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라 하더라도 시간당 임금이 전일제 근로자와 크게 차이가 난다면 그것 또한 비난을 받을 것이고 질이 나쁜 일자리라고 할수 있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성공하려면 정부가 추구하고 지원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모두 정규직이되 시간제인 일자리여야 한다는 원칙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간제 근로자가 임금, 사회보험, 교육 훈련, 수당, 휴가 등을 부여받는 데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만약 정부가 원칙에 충실한 시간제 일자리를 추구하지 않으면 이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불어 정부 부문 일자리 역시 결연한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가장 직접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공무원이다. 정부가 고용안정·급여·복지 등에서 반듯한 시간제 공무원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안 그래도 방만하다고 비판받는 공무원연금제도에 어떻게 추가로 편입시킬지, 주변부 직무가 아닌 핵심 직무에도 파트타임 공무원을 둘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모든 면에서 인심 쓰듯 혜택을 주면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셈이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전환하려는 획기적 조치 없이 숫자만 늘어난 시간제 공무원은 결국 주변부의 하찮은 자리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고용률 70%라는 특단의 정부 목표가 달성되려면 그에 걸맞은 특단의 개혁 노력과 고통 분담방안이 필수적이다.

거물급 정치인들 중 정부가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문재인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말 자신의 개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질타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자발적인 시간제 일자리가 많고 시간당 임금도 정규직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라는 겁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음식을 먹을 때 메인(Main)요리가 있고 전채요리가 있다며 요리사의 입장에서는 주요리가 가장 먼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애석하게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전채요리가 주요리인 것처럼 발표되고 있는 느낌이다. 시간제(파트타임) 일자리 정책이 바로 그것이라며 지적했다.

우리는 그동안 과거 정부들이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논의했으나 찬반양론 속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로드맵으로 설정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과 공기업에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할당하고 이를 점차 민간기업으로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 색채를 줄이고 정규직 혹은 무기(無期)계약의 시간제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판단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말의 내용이 좋으나 문제의 정곡은 아니다. 시험을 볼 때 문제가 어려우면 쉬운 문제부터 푸는 것처럼 파트타임 일자리 창출은 가장 손쉬운 일자리 확대 방법이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개혁적이고 어려운 일자리 창출 과제를 풀지 못하면 손쉬운 문제 하나 풀고 다른 문제는 영영 방치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격이 된다.

그렇다면 맥을 짚는 일자리 창출 정책, 즉, 정권 초기에 핵심 키워드로 설정돼야 할 일자리 창출 정책은 무엇일까에 관한 돌직구 발상이 지금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느꼈던 것은 작금의 노동시장에 촌철살인적인 정책혜안은 보이지 않고 손쉬운 정책들만 부각돼 왔다는 것이다. 이번 시간제 정책도 이명박 정부의 용두사미의 꼴이 되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청년 인턴’ ‘행정 인턴’처럼 처음에는 잘 굴러가다 정권 후반에는 지지부진해지는 전시행정·통계행정의 산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정도(正道)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것일까?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이뤄진다”는 대명제를 잊어선 안 된다. 산업정책 차원에서 창업이 왕성하게 이뤄지도록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 및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장기근속자에 대해선 특단의 우대조치를 취해 중소기업 기피 문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풀어줬던 산업안전 등 필수 업무 인력 고용을 의무화하고 정부가 임금을 파격적으로 보조하고 중소기업 집중지역에 거주문화시설 등 근로환경을 개선하는데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공정거래정책 차원에서는 소기업이 대기업에 착취당하는 상황을 최소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주문하고 싶다. 소기업들은 정부에 대해 “우리도 중견기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정부가 엄정한 심판자가 돼 달라”고 해야한다.

정년연장, 통상임금 범위 확대, 대체휴일, 사내하도급법, 근로시간 단축 등 다양한 입법들이 차분히 로드맵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해둔다. 이런 이슈들이 쉴 새 없이 통제할수 없을 정도로 튀어나오고 있다는 점들이 우려 된다. 포퓰리즘적 입법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들 사이엔 투자와 고용 창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노동시장 개혁을 목표로 진행했던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핵심 정책에 과감히 도전하자는 것이었다. 무늬만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아니라 정확한 맥을 짚는 바른 정책이 시급하다. 눈앞에보이는 전시성 행정은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그많큼 똑똑해지고 전문가들이 다 되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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