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나홀로 간다. '독자세력' 첫발

 "궁극적 목적은 공동체 복원" 국민 관심에 달려~
싱크탱크 '내일' 출범, 대선 캠프 출신 대거 포진,  신당 모태 되나

새 정치로 대변되는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안 의원의 움직임에는 국민의 관심이라는 양념이 함께한다.또한 구태정치의 청산이라는 정당성(正當性)도 인정받고 있다. 한 지역의 대표로서 여의도 정치에 당당히 입성한 한 달 보름밖에 안된 새내기 정치인이다.

정당도 없고 자신을 지원해주는 정치적 동지도 지금은 없다. 그러나 안 의원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안철수 간판을 붙이기 위해 독자세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기존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볼수없는 초선 의원의 행보에 정치 선배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독자 정치세력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정책 연구소 '내일'이 9일 개소식을 열고 많은 이들에게 개업 축하떡을 돌렸다. 연구소 '내일'의 발기인과 이사진에는 지난 대선 캠프 출신 전문가 및 교수들이 대거 포진해 '안철수 신당'으로 가는 첫 발을 내딛었다.

이날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성우빌딩 사무실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안 의원과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소장을 맡게 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 후원회장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조광희·금태섭 변호사, 김성식 전 의원 등 지난 대선과 4.24 재보선 당시 핵심 참모들이 모두 총출동했다. 또 안 의원의 대선 캠프 국정자문단에서 활동했고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역임 한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참석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후보단일화에 나섰다가 부정 경선 공방을 벌이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김희철 전 의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각계 인사들과 취재진까지 몰리면서 사무실 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안 의원은 이날 개소식에서 내일의 중심 연구 과제는 '민생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정치시스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 사회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 글로벌하게는 각국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혀서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는 정치경제환경 등 이런 모든 분야들이 이대로라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는 상황"이고 말문을 연뒤 "우리 사회의 전반적 구조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정책 연구소 '내일'의 출발점인 만큼 우리의 연구 과제는 격차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 의원은 "이런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공동체의 복원"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내일'의 활동 방향에 대하여서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저희는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예전에 선거에 참여했던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돼 있다"고 했다. "여러 좋은 정책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소를 통해, 정책 제언을 받아들이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에 맞는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고 인사말을 통해 밝혔다.

한편 국내의 정치 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제도권의 정치활동에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새 정치’를 내세우고 국민여론을 몰이해가면서 10월 재보궐선거를 준비한다면 상당한 성과가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아직 신당 창당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도 가칭 ‘안철수 신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민주당을 더블스코어로 누르고 있다는 여론의 강점을 예로 들었다. 사정이 이정도라면 민주당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에서도 경계 할 대상 임에는 틀림없다.

실 예로 새누리당의 당직자 회의에서는 그동안 논의된 내용들이 모락모락 새어나왔다. 외형적으로는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무관심을 보이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안 의원이 야권 정계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과 독자세력화하여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향후 행보를 두고 여당이 상당히 경계하는 눈치다. 안 의원의 독자세력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여당의 의중도 보이고 있다.

일명 ‘안철수 풍선론’과 ‘이이제이(以夷制夷 :남을 이용하여 남을 치는 것) 전략’ 등이 새누리당에서 거론됐다고 한다. 현재 국회의원으로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안 의원에 대하여 “일단 관망을 하면서 정치적으로 클 때까지 기다려보자”것이 새 누리당의 의중이다. 기다렸다가 안 의원의 역량이나 독자세력이 풍선처럼 부풀어 기대보다 더 커졌을 때 각종 의혹과 사실을 검증을 하여 한방에 터뜨려 버린다는 얘기다. 또한 당 지도부에서는 안철수 카드를 야권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부추기는 매개체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략도 나왔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안철수 의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선거 지원호의를 뿌리치고 자신의 역량으로 보선에 당선된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나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당시에는 안철수 의원과 동지적 관계나 연대방안을 들고 나왔으나, 안 의원 측에서의 협력이 호락호락하지 않자 노선을 급선회했다. 민주당 김 대표는 ‘더 이상 안 의원에게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이미 분명한 선을 그은 상태다.

이렇게 여야 의원들은 안철수 의원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강하다. 그것은 기존 정치에 맛들인 나머지, 각자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사와도 합치된다. 안 의원의 새 정치 행보와는 관계없이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등 흠집 내기에 열 올린다. “연기만 피우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을 것 같지 않다”는 여당 중진의 혹평이나 “안 의원의 세력화는 앞으로 한계를 실감할 것이다”는 야당지도자의 말은 지극히 상투적이다.

정치권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은 말만 앞세우는 기존의 정치권보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 신선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안 의원은 구태정치의 청산을 우선으로 내걸고 국민을 향하여 ‘정치개혁’의 정당성을 부르짖고 있는 등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가고 있다. 그는 “정치개혁은 단순히 정권이 교체되는 좁은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적대적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소수의 엘리트 정치가 아니라 헌신과 희생으로 통합적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다수의 참여정치가 필요한 때”라며 기존 정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입으로는 무수히 정치개혁을 주장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보이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대해 한방을 날리면서 안 의원은 새 정치 구현을 위해 몸으로 뛰는 전략을 이행중이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개혁이 시급한 현재의 정치풍토에서 국민이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계기는 하반기에 치러지는 10월 재보선이다. 그때까지는 신당을 만들 것인지, 독자세력의 구축을 위해 참신한 정치세력을 함께 지평을 열어갈 것인지에 대해 분명해야 하겠다.

신당 창당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9일 문을 연 것은 앞으로의 창당 활동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 의원은 향후 영입대상 인재들이 충족해야 할 3대 조건을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분,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춘 분, 기득권 정치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 분”으로 정하고, 뜻 있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다고 밝혀왔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존재감이나 정당성은 ‘국민과 함께’하는 ‘새 정치’로 귀결되고, 시대정신과도 일치된다. 안 의원 측이 제시하는 ‘정치 혁신’ 등 원론적인 정치 풍향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등 기존 정치세력이 양당제도의 기득권과 특권을 견지하려는 정치풍토로 이어진다면, 국민적 호응을 받고 순풍을 맞을 기회인 것이다. 여야의 견제구가 심하다. 이제 안 의원은 중량감 있는 정치신인으로서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로의 변화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신당 문제에는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내일'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은 연구소가 안철수 신당 창당의 모태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장집 교수는 "연구소에서 책임을 맡게 된 것이 정치권에 가깝게 들어왔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제가 정치인은 아니다"라며 "연구소는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만드는데 전념할 것이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정치 영역에서 풀어나갈지는 정치인으로서 안철수 의원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신당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최근 "연구소는 정당 구성이나 선거의 인재풀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내일'에 참여하게 될 새로운 얼굴들도 이날 소개됐다. 이사진에는 소설가 조정래씨와 이옥 덕성여대 교수(아동복지학)가 새로 합류했고 감사에는 백웅기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가 선임됐다.

조정래씨는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이옥 교수는 육아정책 분야를 담당한 바 있다. '내일'의 발기인으로는 안 의원의 대선캠프 정책포럼에 참여했던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등 총 5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34명은 교수 및 전문가 그룹이고 나머지 18명은 안 의원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내일'은 오는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최장집 교수가 정치 분야,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경제민주화 분야,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복지 분야 주제 발표에 나서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내일'이 공식 출범했다. 이제 안철수 측은 새로운 인물 수혈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의 인재 영입과 경쟁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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