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전부 산하 대남기구 조평통의 '사무처장' 역할"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끝내 무산된 남북 당국회담의 수석대표로 북측이 내세웠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은 북한에서 어떤 자리일까.

통일부가 올 2월 펴낸 '2013 북한 주요기관·단체 인명록'을 보면 조평통은 노동당의 정치부문 외곽·사회단체 가운데 하나로 돼 있다.

조평통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무위원, 위원, 책임참사 등으로 구성된 지도부 밑에 서기국을 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조평통의 서기국장은 우리 측이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요구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당국자'에 걸맞지 않은 인사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측이 수석대표로 제시한 통일부 차관보다 조평통 서기국장의 급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수많은 남북대화에 참여했던 북한 대표 가운데 상당수가 조평통 직함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조평통의 직함을 가진 인사를 당국자가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 내각에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부처가 없고 북한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노동당의 외곽단체인 조평통은 사실상 우리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조평통 서기국장을 민주평통의 사무처장(차관급)과 비슷한 급이라고 할 수 있다면 우리 측이 이번 남북 당국회담의 수석대표로 내세운 통일부 차관과 급이 유사하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수석대표로 내세운 강지영 조평통 서기국장을 차관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조평통 서기국장을 회담 대표단의 단장으로 내세우며 우리 측에 통일부 장관이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평통 서기국 국장과 부국장은 그간 남북회담에서 자주 등장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한완상 당시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단장으로 나선 사회단체·언론분야 특별수행원 간담회에 안경호 당시 조평통 서기국장이 북측 단장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1999년 6월과 2005년 5월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는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북측 단장으로 나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통일부 차관을 상대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에 근거해 북한은 조평통 서기국장을 우리의 장관급에 해당하는 '상(相)급'이라며 회담 대표단의 단장으로 내세웠을 수 있다.

1956년생인 강지영은 지난 2011년 10월 조평통 서기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2002년 12월 조선카톨릭협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2006년 6·15민족통일대축전 북측 민간대표, 2009년 9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해외동포사업국 국장을 지냈다.

강지영은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조선중앙TV 인터뷰와 노동신문 기고 등을 통해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주장을 대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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