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비아그라',  ‘가짜와의 전쟁’ 왜?  

지난해 5월 화이자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실데나필 시트르산염) 특허가 만료되면서 수십종의 복제약이 국내에 쏟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오리지널약의 5분 1 수준의 가격으로 복제약(팔팔정)을 내놓고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이에 위기를 느낀 한국 화이자는 올들어 50mg 비아그라 가격을 6000원선으로 종전보다 40%나 내렸다. 그러나 100㎎ 비아그라의 가격은 1알에 12000원대로 그대로 유지했다. 복제약인 한미약품의 '팔팔정' 50㎎ 1알이 약국에서 2000원대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에서는 대단히 비싼 가격이다

현재 국내에는 39개 제약사가 가루약, 알약, 씹어먹는약, 필름약 형태로 73개의 비아그라 복제약을 내놓고 판매 경쟁 중이다. 부광약품은 11일 업계에서 가장 늦게 비아그라 복제약(부광실데나필정 50mg, 100mg)을 내놓으면서 기존 비아그라의 가격을 8분 1 수준으로 낮췄다. 기존 팔팔정의 절반값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 처방가로는 50mg 제품이 1000원대, 100mg이 2000원대에 판매가격이 형성됐다.

지난해 5월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물질특허가 만료됐다. 이때를 놓치지않고 국내 제약사들은 CJ제일제당 '헤라크라', 한미약품 '팔팔정' 등 복제약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화이자는 물질특허는 만료됐지만 용도특허는 아직 만료되지 않았다며 복제약이 완전이 허가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끝나면서 시중 약국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값싼 복제약의 등장이다.

2000원대 복제약이 등장하자 1만원대를 고수해왔던 비아그라 가격도 6000원대로 떨어졌다. 1년이 지난 현재 1000원대 복제약이 발매되는 등 비아그라의 가격 파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제는 정부로부터 정품 인증을 받은 제품이 은밀하게 유통되는 가짜약보다 저렴해진 셈이다.

가격 인하와 관련해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비아그라의 장점과 가치를 알리고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가격을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가 값싼 복제약들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렸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그동안 비이그라의 가격 거품이 컷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애초부터 상당수 제약 회사들은 1000원대 비아그라 복제약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원료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완제의약품에서 원료 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은 판매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더욱 싼 가격에 복제약을 판매할 수 있었지만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너무 싼 가격에 팔면 약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결국 의료진과 환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높은 가격을 유지해야 오히려 판매가 더 잘 된다고 했다.

이번 비아그라 복제약이 발매될 당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지 관심이 높았다. 비아그라의 가격이 1만원 이상에 형성됐지만 원료값을 감안하면 가격을 크게 내려도 어느 정도의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있는 막대한 개발비용이 소요되는 신약은 원가라는 개념을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연구개발비를 누구도 무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제약만 따져본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복제약 개발 비용은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비교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이 비용은 최대 1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발기부전치료제가 보건당국이 건강보험 약가를 지정하지 않는 비급여 약물이고 오리지널 제품의 가격이 워낙 높았던 탓에 이 정도의 가격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에 저렴한 복제약의 등장으로 화제가 된 글리벡 시장을 제외하고 건강보험 의약품은 대부분 정부가 인정하는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복제약을 팔아서 남는 이윤으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모든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복제약을 비싸게 팔았다는 논리를 가지고 이해를 구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결국 이윤 추구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스스로 냉정하게 고민울 해야 한다. 국민들의 약값과 건강보험재정의 절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말이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가짜 발기부전치료제의 밀수입 적발 사례는 2009년에 39건(시가 353억원), 2010년 28건(시가 916억원), 2011년에 9건(시가 11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정품 발기부전치료제 시장규모가 1200억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적잖은 지하시장 규모라는 것을 짐작케하는 증거다.여기에다 경찰에 적발되지 않고 시중에서 음성거래되고 있는 가짜 비아그라의 판매가격은 2012년 10월 기준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3분의 1~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판단했다.

밀수를 통한 가짜들이 대량 유통되자 부광약품은 최저가 복제약을 내놓으면서 ‘가짜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회사 측은 “환자들에게 더욱 값싸고 품질이 좋은 의약품을 공급해 시중에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몰아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관련학회·제약사 등이 ‘가짜약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고는 있으나 대한남성과학회 조사결과 응답자의 71.5%가 가짜약의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우리 주변에 이처럼 가짜약이 활개치는 이유는 저렴한 약값이 아니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구입자들은 ‘처방전이 필요없다는 점’이다. 남성에게 발기부전이란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질환으로 치부돼 약값 보다는 ‘손쉬운 습득’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우리 모두가 나서서 가짜없는 세상을 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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