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의한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며 대응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 내에서는 일단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 제의로 이전의 소위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다시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대화가 최종 목표였던 만큼 남북 당국회담 무산 이후 아예 남북대화를 건너뛰고 바로 북미대화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상했던 대로 북미대화의 징검다리로 삼으려고 했던 남북대화가 안되니까 직접 북미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밤 시간대에 회담을 공개제의, 사실상 선전전에 치중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즉각적인 회담 성사를 기대했다기보다 이른바 한·미·중 3각 대북공조를 깨는데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이 때문에 제기됐다.

남북대화는 미·중 정상회담 직전에, 북미회담은 한·중 정상회담을 10여일 앞두고 각각 제의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이 나오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연결고리로 일본과 접촉, 한·미·일 대북공조 흔들기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대로 미국이 움직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우리 정부 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국은 현재 북한과의 섣부른 대화에 가장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며 강경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등 소위 '2·29 합의' 이상의 조치를 북한이 먼저 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더 전향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북미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핵화 측면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때 미국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미국을 방문, 한미 및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북한의 제의에 대한 3국의 입장은 이를 통해 최종 조율될 전망이다.

조 본부장은 이어 21일께 중국을 방문,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본부장의 신임 인사차 마련된 이 일정은 오는 27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접근법에 대한 양국간 입장을 다시한번 조율하는 의미가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