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지급대상·금액 축소 가닥 관련 이미지

내년 7월 시행 목표로 진행되는 기초연금 도입 논의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기초연금 대선공약은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한 차례로 수정된 데 이어 국민행복연금위원회에서 다시 지급대상과 금액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국민행복연금위는 구체적인 기초연금 시행 방안을 만들고자 지난 3월 20일 각계각층 인사들로 구성된 민관합동기구로 출범했다.

기초연금제도 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민행복연금위의 기초연금안이 나오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 지급대상과 금액 축소 방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무려 45.1%에 달하는 우리나라 노인층 빈곤율(경제협력개발기구 1위)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이 방안은 폐기됐다.

인수위는 논란 끝에 애초 공약대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긴 하되,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4~20만원씩 차등지급하기로 했다.

모든 사람에게 주는 보편적 연금으로서 기초연금 지급의 보편성은 유지하되 재정상황을 고려해 액수를 차등지급함으로써 최소한의 명분은 지킨 것.

하지만, 이런 인수위안도 새 정부 들어서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행복연금위가 지금까지 네 차례 회의를 통해 지급대상과 금액을 줄이고 국민연금 가입기간과도 연계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이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소득 상위 20~30%의 노인을 제외한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방향을 튼 것.

소득뿐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는 인수위안은 국민연금 가입자를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불러일으키는 등 논란을 가져왔다.

특히 노인빈곤 해결이란 기초연금 본연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빈곤층에 더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소득 하위 40%까지는 애초 공약대로 다른 조건 없이 월 최고 20만원씩을 지급하되, 소득 하위 41%에서 70~80%까지는 소득인정액 기준(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소득을 합한 총액)으로 등급을 나눠 월 10~18만원씩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행복연금위가 대선공약은 물론 인수위안보다 더 후퇴한 내용으로 기초연금안을 만들려는 것은 재정 현실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기초연금제도를 뒷받침할 만한 재정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려 때문이다.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떠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실제로 국민연금행복위 위원들은 저소득 노인 노후 빈곤 개선과 복지 사각지대 완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 등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기초연금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기초연금을 부자 노인보다는 가난한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해 실질적 노후 빈곤을 해결하고 빠듯한 국가 재정상황도 참작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복지부의 추산으로는 애초 인수위안대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4~20만원씩 차등 지급하면 2015년에는 11조원, 2060년에는 무려 27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또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만 월 20만원씩 지급할 때에도 2015년에 10조7천억원, 2060년에는 271조2천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 공약 불이행 논란일 듯…국회논의 과정에서 손질 불가피 현재 논의되는 국민행복연금위안이 그대로 정부안으로 확정되면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약 불이행은 물론이고 인수위안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재정현실을 고려했다지만, 야당의 반발 강도와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는 약속파기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벌써 야당 일각에서는 선거기간 노인표를 얻으려고 박 대통령이 결국 거짓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날이 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행복연금위는 오는 7월 중순까지 기초연금 도입방안을 마련해 복지부에 낼 계획이다.

그러면 복지부는 이 안을 기초로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과 노동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비판과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려는 국민행복연금위의 논의에 대해 기초연금의 핵심인 보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기초연금을 왜 도입하려고 하는지 그 취지를 망각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민행복연금위가 구상하는 기초연금안에 반대하면서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 하위 70%까지는 월 20만원을 무조건 지급하고, 현재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이 아닌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차등해서 감액 지급하는 내용의 자체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변수다.

민주노총은 대한은퇴자협회, 한국농민단체중앙연합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과 손잡고 '국민연금 1045 운동'을 펼치기로 하면서 기초연금 보장 요구 목소리를 높였다.

기초연금을 약속대로 2014년까지 10%(20만원)로 인상하고 2028년 40%까지 매년 자동 삭감되는 국민연금 급여를 최소한 45%에서 유지해 더는 인하되지 않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2017년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최소한 55%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논의구조상 결국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에서 최종적인 기초연금안이 도출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기초연금안은 여야 의원들간의 협의와 타협을 거쳐 여러 차례 손질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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