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좁다고 장난치는‘허위 민간자격증'

취업시장이 점점 갈수록 좁아지면서 자격증에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이용해 국궁지도사, 식이요법관리사, 저작권관리사 등 민간 자격증을 남발해 발급한 업체(단체)들이 허위과장광고로 공정위에 무더기 적발됐다.

공정거래원회(위원장,노대래)는 대한국궁문화협회,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모두플러스, 드림교육원, 국제라이프케어협회 등 5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공표명령을 내리는 한편 모두플러스 200만원, 드림교육원 200만원 등 총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공정위 관계자는 민간자격이 5월말 기준으로 4000여개에 달해 작년에만 관련 소비자 상담도 1162건으로 집계될 정도로 난립하고 있어, 등록조차 하지 않고 운영되고 있는 민간자격도 상당수 존재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사업자는 공인받지 않은 자격을 공인된 민간자격인 것처럼 광고하거나 금지된 자격임에도 정상적인 민간자격인 것처럼 광고했다는 것이다. 또한 객관적인 근거 없이 취업 등에 유리하다고 광고해 취업에 목말라있는 사람들을 유혹했다.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에 따르면 사업자가 자격과 관련한 교재 판매, 수강생 모집 등을 위해 표시·광고하는 경우 "자격의 종류 및 성격"(국가자격·민간자격 여부, 공인여부 등) "광고주"(사업자등록증상의 상호) "자격관리주체"(자격증 발급기관)를 반드시 포함해야한다.

이번에 적발된 대한국궁문화협회는 국궁지도사라는 자격증을 발급하면서 공인받지 않은 자격을 공인된 민간자격인 것처럼 광고해 오다 공정위에 적발됐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역시 독서지도사 자격에 대해 취업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음에도 ´취업순도 99.9%의 세상이 인정한 독서전문가´라고 광고했다.

모두플러스와 드림교육원은 식이요법관리사와 노인심리상담사 및 노인복지상담사를 모집하면서 자격기본법(교육부 소관) 등에 의해 민간자격 운영이 금지된 분야에 해당돼 취업 시 활용할 수 없는데도 ‘다양한 취업·창업가능’, ‘본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그 수요와 전망이 매우 높을 것‘ 등의 광고로 수강생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모두플러스는 체형관리사, 저작권관리사, 아동심리상담사, 드림교육원은 부동산자산관리사, 신용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내걸고 객관적 근거 없이 ‘최대의 유망 필수적 전문자격’, ‘자격소지자 우선채용 예견’ 등이라고 거의 상식밖의 거짓 과장 광고를 해왔다.

아울러 모두플러스(금연상담사), 국제라이프케어협회(다문화케어복지사, 다문화가정상담사)는 민간자격을 운영할 수 없도록 금지된 분야의 자격인데도 ‘민간자격기본법에 의해 시행’, ‘자격기본법에 의한 소정의 시험을 합격하고 자격연수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으로 허위 광고를 해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모두플러스, 드림교육원, 대한국궁문화협회,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국제라이프케어협회 등 단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시정받은 사실을 홈페이지와 신문 게재하도록 공표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법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한빛자격교육원(심리상담사), 한국교육복지행정연구원(노인여가심리상담사), 한국역술인협회(역학상담사), 한국경영연구원(금융지도사) 등 4개 사업자에겐 경고 조치 등 주의를 주었다.

공정위는 또한 민간자격증 취득시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재를 구입하거나 학원에 등록하기 전에 "민간자격정보서비스"(www.pqi.or.kr)에서 ‘등록’ 및 ‘공인’ 여부 등 확인하고 "취업이나 고소득 보장 내지 유리하다는 광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김정기 과장은 “이번에 내린 조치를 통해 취업 등을 미끼로 구직자들을 유인하는 민간자격증 관련 업체들의 부당한 광고 행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등록된 자격일지라도 국가에서 공신력 등을 인정한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민간자격은 자격기본법에서 정한 결격사유와 금지분야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손쉽게 신설하여 등록이 가능하다며 취득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처럼 국내 경제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딘 가운데 취업에 목마른 구직자들이 과대·허위 광고에 손쉽게 현혹되고 있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이 학력이 낮거나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민간자격증업체들은 주로 전화 홍보나 신문 광고 등을 통해 해당 업체가 제공하는 고가의 교재를 사거나 학원 수업을 청취하고 값비싼 응시료까지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 문제는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획득한 이들 민간자격증은 대부분 정부와 무관해 실제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민간자격증 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현재 시중엔 4대보험관리사, 다문화가정상담사, 부동산경매교육사, 정보처리기술사, 노인복지사, 장례지도관리사, 사회심리치료사 등 수십개의 미등록 민간자격증이 판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 성애(가명,여)씨는 취업이 어렵게 되자 2012년 상반기'노인복지사'자격증을 취득하면 사회복지시설, 국가지정병원, 실버산업체 등에 취업가능 하다는 광고를 보고 수십만원을 들여 교재를 구입해 15주간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취업이 되지 않았다. 김 씨는 자신이 취득한 자격증은 민간자격증으로 우선 취업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한국소비자원에 고발했다.

고소득 보장 광고를 보고 시험문제집 대금 등으로 55만원을 지불하고 치매예방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강 미영(가명, 여)씨 역시취업이 되지 않았다. 강 씨는 절박한 구직자에게 취업을 미끼로 자격증을 파는 민간 자격증 발급 업체를 강력하게 제재해 달라며 권익위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최근 생활정보지에 난 고소득 보장이라는 장례관리사 자격증 광고를 보고 교재비와 교육비 등 80여만원을 내고 자격증을 땄다. 이 역시 취업은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한 상조회사를 직접 찾아가 알아본 뒤에야, 속은 걸 알게 되었다고 했다.

현행'자격기본법'상 민간자격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하지 않아도 처벌되지 않아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민간자격증은 그 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국가자격증 역시 건축, 토목, 전기 등 14개 종목을 중심으로 불법대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가자격증을 불법 대여하면 대여자는 물론 대여받은 업체도 현행 국가기술자격법(제 15조, 제16조,제26조)에 의거 1년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의 처분 외에 입찰참가 제한, 영업정지(영업취소) 등을 병과하도록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민간자격증간의 동일 명칭 사용을 규제하고, 국가자격증과 유사한 명칭의 사용을 금하도록 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자격기본법이 개정돼 10월 6일부터 미등록 자격을 운영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