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밀착 경호는 북한내 권력장악의 미완성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의 경호가 달라졌다.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공개활동 사진에서 장성급 고위 인사가 가까운 거리에서 경호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돼 주목된다.

그동안 김 제1비서에 대한 근접 경호는 주로 영관급의 젊은 장교들이 맡아왔다. 따라서 김 제1비서에 대한 경호를 강화할 수 밖에 없는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북한의 최고위층이 함께 하는 행사에 근접경호를 붙인 것은 최측근 인사들까지 믿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경호실장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승격시키는 등 경호실과 경호원 위상을 지난 정부보다 한단계 상향 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발생한 ‘신촌 피습사건’ 이후 개인 경호원 3~4명의 밀착 경호를 받아왔다. 지난해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대통령 후보로서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어김없이 건장한 청장년층 남성들이 옆에 붙어 있는 것을 알수가 있다.

국가 통수권자가된 박 대통령 사진에서 계속 경호원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그 이유에 대해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경호원은 사진에 보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한 경호원을 사진에서 제외하고 찍으려 한다”고 말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청와대 경호실에서 25년간 근무한 이두석 우송정보대 경호·법무과 교수 역시 “‘은밀 경호의 원칙’에 의거 경호원은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 찍는 기자도, 사진 찍히는 경호원도 대통령을 촬영한 사진 속에서 경호원이 드러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사정이 이럴진데 북한은 우리보다 더할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 사진은 철저히 선별된 것이다. 극소수 사진기자만 촬영하는 ‘1호 사진’은 꼼꼼한 검열을 통해 추린 뒤 ‘노동신문’ 등 북한 내부용 신문과 ‘조선중앙통신’ 같은 대외용 채널에만 공급한다.

최고지도자 신변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서는 최대한 노출을 줄이고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차원으로 보여진다. TV 뉴스에서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동영상 대신 사진을 화면에 띄운 채 최고지도자의 하루 일정을 보도하는 것이 상식화 되어있다. 이른바 ‘김일성 유일사상 체제’를 확립한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이런 관행은 김정일 시대를 거쳐 김정은 시대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3차 핵실험으로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여실히 들어낸 김정은 제1비서는 2월 28일 전직 미국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으로 초청해 함께 친선경기를 관람하며 대 내외적으로 자신감있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관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김정은 제1비서 뒤에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목격되었다. 사진속에 등장한 이들은 각각 김정은 제1비서와 아내 이설주의 근접 경호원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정은 제1비서의 현지지도 사진에서 경호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즉, 해당 부대나 공장 간부들과는 연령대가 차이 나고, 메모를 위한 수첩도 들고 있지 않으며, 눈을 부릅뜬 채 주눅 들지 않은 표정으로 서 있는 젊은 군인 또는 정장 차림의 젊은이가 경호원들이다. 때로는 이어폰을 꽂고 있기도 하다. 특히 카메라를 발견하고 고개를 돌리는 행동을 하는 것 역시 경호원의 특징이다.

2012년 1월 김정은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이래 가장 많이 노출된 경호원은 180cm 정도 키에 짧은 헤어스타일을 한 K다. 이 남성은 김정은 제1비서의 근접 경호를 최근까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원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김정일 위원장을 경호하던 인물이다.

K가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은 2008년 11월 이다. 건강 이상설 이후 처음 공개된 김 위원장과 군인들의 단체사진에서 김 위원장 바로 옆에 K가 서 있다. 카메라를 최대한 피하면서 소기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경호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다면, 기념사진에 등장한 K는 특별한 존재로 인정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후 김 위원장 옆에서 걷거나 우산 또는 양산을 들어주는 K가 포착됐고,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도 동행했다. 이후K는 김 위원장 사망 후 김정은 제1비서의 근접 경호를 최근까지 수행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김정일 전 위원장과 달리 권력을 잡은 직후부터 K를 비롯한 몇몇으로부터 밀착 경호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최근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최근 공개한 사진들에서 경호원 모습이 예전과 다른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2월 13일 3차 핵실험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먼저 얼굴을 드러내는 경호원 수가 늘어났으며 경호원을 숨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외부에 노출시켰다. ‘조선중앙통신’은 2월 21일 김정은 제1비서가 인민군 323군부대를 시찰했다는 사진을 공개했다. 핵실험 후 첫 현지 시찰로, 군부대를 방문한 사진에서 근접 경호원 3명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장교들과 구별되는 일반 전투모를 쓴 젊은 경호원 3명이 뒷줄에서 함께 걷는 모습이며 3명 얼굴이 분명히 보인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경호의 모습이다. 경호 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노출일 개연성이 더 높다. 이두석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일종의 ‘위력 경호’라고 해석했다. 왕정국가나 후진국의 경우, 강화된 경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최고 권력자의 위세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가까운 거리 경호를 기존의 경호원들이 아닌 장성급 인사가 맡게 된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정부도 궁굼해하지만 특별하게 어떤 이유로 경호가 한단계 격상되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지난 15일 방영한 기록영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중 지난달 30일 강원도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 현지지도 장면에서는 중장(우리의 소장) 계급장을 단 남성이 허리에 권총과 무전기를 차고 김정은의 바로 뒤를 따라가는 모습을 볼수가 있었다.

앞서 이 남성은 지난 3월 18일 평양 전국경공업대회에서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는 모습이 처음으로 카메라에 잡혔으며 이어 4월 29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체육경기대회에서도 김정은 옆에 서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 남성은 김정은의 공개활동 공식 수행자 명단에 없으며, 공식 수행자는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호위사령부 소속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호위사령부는 김정은과 그의 일가를 경호하는 부대다. 특히 중장 계급장을 단 점으로 미뤄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보인다.호위사령관인 윤정린의 계급은 대장이고 정치위원 김성덕은 상장(우리의 중장)인 만큼 중장 계급은 부사령관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그동안 김 제1비서에 대한 근접 경호는 주로 영관급의 젊은 장교들이 맡아왔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때 정부 관계자는 사진 속 김 제1비서 경호인물이 "호위사령부 소속 경호 담당하는 사람으로 추정된다"며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호위사령부 소속 장성들이 경호할 때 모습을 보인 적이 많아서 김정은 시대의 특별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 탈북자도 연합뉴스에 "김일성, 김정일도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 근접 경호를 많이 했다"며 "그러나 군복보다는 주로 사복을 입어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라는 점을 외부에서 알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래를 예측할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이뤄지는 군부재편 등 세대교체 작업들이 표면적으로 별다른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김정은 역시 아마도 자신의 주변에 대하여 불안한 모양이다.

결국 주변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김 비서의 권력장악이 아직도 완결되지 않았음이며 미완성을  의미한다고 볼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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