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죽음으로 KT 노동탄압 고발!
 
 KT에 다니는 50대 노동자가 노동운동탄압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사 단체협상안 찬반투표에 사측이 부당하게 개입한 내용을 죽음으로 폭로한 것이다.

그동안 KT는 인력퇴출프로그램등을 시행한 뒤 노동운동탄압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KT의 노동운동탄압이 쟁점사항으로 부각된 바 있다. 이 노동자의 유서에는 사측이 노조활동에 관여하고 압박한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김씨는 A4용지에 ‘찬성’에 기표한 2013년 단체협약 찬반투표용지 사진을 담고 그 아래에 자필로 글을 남겼다. 김씨는 유서에서 “KT 노동조합 단체교섭 찬반투표 후 검표가 두려워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며 찬성에 기표한 단협안 투표용지 사진과 함께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고 밝혔다.

“2010년, 2011년 투표 전(특별기동팀장 ○○○) 개인 면담 시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로(라고) 엄포를(검토하면 다 나온다)”이라고 밝혔다. ‘알아서 찍으라. 검토하면 다 나온다’는 식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그는 “이런 현실 속에서 KT 노동조합원이 주권을(소중한 한 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라며 “15년간 사측으로부터의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한다”고 끝을 맺었다.

KT 전남본부 소속 김모씨(53)가 숨진것은 지난 16일 순천시 팔마체육관 옆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다. 차량 안에는 유서와 함께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순천경찰서 관계자는 18일 “지난 13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일산화탄소에 의한 중독사”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에 A씨를 자살로 몰고간 배경이 KT사측의 노동운동탄압이 작용한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갖고있다.

특히 지난달 KT노조가 실시한 임단협안 찬반투표 과정에서 조작논란과 함께 찬성표를 강요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KT측은 개인적인 자살로 추정된다는 입장이어서 김 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노조와 사측이 대립이 예상된다.

KT 관계자는 자살한 김 씨가 "개인적인 부채가 많은 직원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이어 "이번 임단협 찬반투표결과가 80%대로 나온 상황에서 굳이 몇%를 더 높이기 위해 사측이 무리하게 강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KT노사는 지난달 24일 실시된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82.1%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해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노사 합의안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하게 됐다며 적극 홍보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KT를 둘러싼 노동운동탄압 의혹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김 씨의 죽음은 여러가지 시사하는 것이 많다. 일단 노조 조합원이 노조 활동과 관련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압박감이 심했다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더욱이 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더욱이 묵과할 수 없다.

KT 노조는 지난달 24일 조합원 82.1%의 찬성으로 단체교섭에 합의한 바 있다. 13년 연속 무분규 단협 타결이라고 하지만 노조가 사측에 백지위임한 단협안에는 F등급을 연속 2회 받은 노동자에 대해 사측이 일방적으로 면직할 수 있도록 한 내용까지 담고 있어 반발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KT 전국민주동우회 등은 단협안은‘상시적 정리해고제’라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찬반투표 과정에서도 부정투표 시비와 사측 개입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사측이 부인했던 각종 의혹과 부당노동행위들이 사측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이번에 자살을 선택한 김씨의 유서가 말하고 있다.

사측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부채 때문에 고민해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지만 KT의 노동탄압 의혹은 그동안 제기된 것과 함께 김씨의 유서에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만큼 사실 여부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회사가 조직적으로 노조를 파괴하고 조합원을 분열시키고 노조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노동자를 죽이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파탄시키는 행위로 엄단해야 하며 결국 살인 방조죄에 해당된다고 볼수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어떻게 보면 김 씨의 자살은 죽음으로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노조활동에 대한 개입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상당히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부당노동행위가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조직적인 노조 개입으로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의 죽음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고, 유성기업·쌍용자동차·시그네틱스 등 분규 사업장의 갈등이 확대재생산되는 중요한 요인도 사측의 개입이다. 수사 당국과 정부는 유서의 내용과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노사정 화합은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노동계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노동부는 작년 10월 국정감사 이후 KT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이 결과 KT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관리법 등을 위반한 사항이 적발돼 검찰 송치와 함께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해 노동시민사회단체인 KT노동인권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T에서 인력퇴출프로그램이 시행된 2006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6년 동안 KT 재직 또는 퇴직 노동자 가운데 204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재직중에 숨진 노동자는 110명이고 퇴직자 94명, 사내협력업체 12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사망 원인별로는 백혈병 등 각종 암으로 숨진 노동자가 84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돌연사와 자살도 각각 62명, 14명으로 조사됐다.

KT직원들의 죽음과 관련 KT노동인권센터는 인력보충 없는 강제명퇴와 무한경쟁등을 초래한 민영화가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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