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시작된 화장품 방판 언니 옛 영광 찾는다

여자들과 화장품은 과거나 지금이나 늘 함께했다. 예뻐지고 싶어하는 마음은 여자라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과거 60년대 화장품 방판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 불황 등의 파고를 이겨내면서‘대면 마케팅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기업의 영업전략이었다. 방판은 유통회사로서는 최고의 마케팅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들어 시장 주도 고객층이 젊어지면서 과거의 영광이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다.

젊은층의 화장품 유통채널이 원브랜드숍, 드럭스토어, 온라인으로 옮아가면서 방판의 주름살이 더한층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위 ‘방판 언니’라고 불리우는 뷰티 컨설턴트가 4,50대의 중년 여성 고객층을 넘어 합리적인 가격에 화장품을 소비하려는 젊은 고객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2012년 초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 법률안’이 공포됨에 따라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방문판매 시장은 다소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전통적으로 화장품 유통의 경우 방문판매 유통의 성장 유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전체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방판 화장품 기업의 2012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LG 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업계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애경산업과 보령메디앙스, 소망화장품과 코리아나, 미애부와 참존화장품이 그 뒤를 쫒고있다.

여기서 주목해 볼것은 방문판매법 개정으로 인해 2011년에 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한 업체가 다소 눈에 띄고 있다는 점이다. 애경산업의 경우 -0.80%, 보령메디앙스가 -2.64%로 감소하였으며 코리아나의 경우도 -6.48%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반면 어려운 화장품 시장에서 2011년 대비 매출 10%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업체들도 있다. LG 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12.70%, 11.54%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미애부와 참존화장품의 경우도 각각 19%, 12.8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 성장을 보인 상위 5개사(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소망화장품, 미애부, 참존화장품)의 경우 대부분 백화점과 할인마트 외 기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방문판매법 개정으로 인한 타격을 크게 입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방판의 장점은 생각외로 좋은 점들이 많다. 회사원들 중에는 방판 매니아가 의외로 많다. 젊은층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회사원 박봉자 씨는 오랬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뷰티 컨설턴트를 통해 스무가지가 넘는 화장품을 구매할 정도로 방판을 선호하는‘방판 매니아' 다. 화장품이 떨어졌을 때 박 씨는 자신의 컨설턴트에게 카카오톡만 날리면 컨설턴트가 편안시간에 다양한 제품을 들고 찾아온다고 했다.

박 씨처럼 “컨설턴트 언니를 통해 화장품을 사면 따로 시간을 들여 백화점을 가거나 온라인 구매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다. 아이템을 고르기만 하면 방판 컨설턴트가 집으로 택배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와 직접 대면해 물건을 파는 전략은 한국 화장품 업계에서 주로 중년 고객층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합리적인 가격뿐만이 아닌 추가적인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2,30대 젊은 고객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방판의 장점중에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것중 하나가 고객을 상대로 1대1로 피부 상태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또한 종합적인 뷰티 체험이 가능해 피부 타입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빼놓을수 없다. 바쁜 직장인을 위해 컨설턴트가 점심시간에 직장으로 찾아가기도 한다.이처럼 고객을 찾아가는 방판은 바쁜 직장인들 에게는 꼭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라 할수 있다.

박봉자 씨는 방문판매 화장품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다량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샘플이 따라 온다는 점을 들었다.

그녀는“지난 달 4만원 짜리 선블록을 하나 구입했다.본 제품보다 시가 23만원 어치의 에센스 샘플 팩이 같이 따라왔다는 것이다.  컨설턴트 언니 덕분에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고 그녀는 자랑했다.

방판의 좋은점들과는 달리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방판영업에서 3,613억원 매출을 올린 후 3분기 1,685억원, 4분기 1,194억원으로 하강곡선을 그려왔던 점을 감안할때 올해도 하반기로 갈수록 방판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방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1분기 35%에서 2013년 1분기 31.4%로 1년만에 4%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방판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 소비가 굳어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 면세점에서는 659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보다 15.6% 늘어났으며 온라인 매출도 701억원으로 34%나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방판이 맥을 못추자 영업이익이 악화돼 전년동기대비 6.9% 줄어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이 같은 방판 부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카운셀러 수를 늘리고 취급 상품을 다양화했지만 화장품 시장의 소비 구조가 바뀌는 흐름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단순히 방판 매출의 감소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아모레퍼시픽의 성공을 이끌어온 설화수라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방판 매출을 상당부분 지탱해준 만큼 장기적인 사업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인간관계로 이어져 있고 고객 한사람씩 세부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방판의 장점을 살리되 젊은층을 함께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지난 2011년부터는 전국에 뷰티라운지를 만들어 집에서 카운셀러를 만나기 어려운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30~40대를 겨냥해 방판시장의 파이를 키워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헤라와 일리, 프리메라, 롤리타램피카 등 젊은 층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를 방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30대 카운셀러를 적극 활용하는 등 방판 살리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 비중을 비교해 보면,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방문판매 등 인적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 비중의 25.5%로 백화점과 면세점을 더하면 전체 매출의 46.7%에 달하고 LG생활건강 역시 5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다시 이들 양사가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1, 2위 기업의 방문판매 유통이 전체 화장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25%에 달해, 이들 기업의 방문판매 매출 감소 현상은 전체 화장품 업계 성장률 저하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내 화장품 인적판매 업계에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어 왔다.

젊은 고객층 확보를 위한 판매사원의 연령대 낮추기, 건전한 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 및 캠페인, 화장품 전문제조 사업 착수, 해외 수출 및 온라인 등 타 유통 확대, 판매사원 교육 강화 및 신규 브랜드 론칭 등이 대표적인 변화 노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 전반에서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 때문에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이른바 ‘버티기’에 나서는 기업과 ‘공격적인 행보’를 통해 새로운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으로 양분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시장을 실제로 삼등분 하고 있는 유통 구조 중 백화점은 수입화장품들이 주도하고 있고, 브랜드숍의 경우는 중저가 브랜드가 일반적이라고 할 때 국내 화장품시장의 성장률을 좌우하는 것은 사실상 방문판매 등 인적판매 유통”이라면서 “일반적으로 방문판매 등 인적판매의 매출 1% 감소는 로드숍 등 중저가 브랜드 매출 7% 감소와 비슷한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방문판매 주력 기업들은 최근 시장 방어 및 침체 극복을 위한 대한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기업들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내실 강화를 위해 시스템 변화, 샘플 생산 감소 등 비용 절감 등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기대를 모았던 화장품 사업 진출 대기업인 코웨이와 KT&G의 저조한 성과 등으로 인적판매 기업들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어떤 대안을 내 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문판매 유통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유통 형태다. 현재 세계시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다단계로 분류되는 직판 형태로 모든 인적판매 유통을 정의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만 인적판매를 방문판매(구방판)와 후원방문판매(직판 및 신방판), 다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방문판매 유통은 지난해 기준 2조2000억원을 형성, 직판(신방판), 다단계 등 다른 인적판매 유통과 함께 2조7000억원으로 전체 화장품시장에서 28%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 점유비가 23%라고 할 때 우리나라 화장품시장 50% 이상을 럭셔리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지난해 기준 원브랜드숍 점유비는 18% 선이며 마트는 9%대, 인터넷 3%대, 홈쇼핑 5%대 등으로 점유비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홈쇼핑과 소셜 등 저렴한 가격의 유통 확대가 많아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방문판매 화장품 유통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방판 언니를 옛날처럼 자주 볼 수 있는 날이 올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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