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상대 시진핑 배려 의도 담긴듯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30일 중국 방문 기간 한중정상회담이 열리는 베이징(北京)에 이어 산시성(陝西省)의 성도인 시안(西安)을 방문하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7일부터 29일까지 2박3일간 베이징을 방문한 뒤 29일 시안으로 옮겨 하룻밤을 더 묵고 30일 귀국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의 국빈 방중 때 지방도시 방문은 5차례 있었는데 4차례가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상하이(上海)였고, 다른 도시의 경우 2008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칭다오(靑島)와 청두(成都)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제2방문도시가 우리나라 서해안과 가까운 중국 동부에 쏠려 있었고, 이 전 대통령이 청두를 찾은 것은 당시 쓰촨성(四川省) 대지진 위문 차원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박 대통령의 시안 방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이 전통적인 방문도시인 상하이 대신 시안을 선택한 것은 자신의 국정기조로 문화융성과 경제부흥을 꼽은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 1천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 3천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안은 중국 5천년 역사의 시발점이다.

시안은 '중국 문화유산의 보고',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 문화의 대표 도시로 꼽히며, '진시황 병마용', 양귀비 목욕탕 화칭츠(華淸池)', '측천무후의 건릉' 등 문화 유적지가 많은 곳이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1998년 방중 시 첫 도착지로 시안을 선택했고, 당시 중국은 당나라 때 황제의식을 재현해 방문을 환영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함께 병마용을 방문해 텐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냉각돼 온 양국 관계를 종전 수준으로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안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중국에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인데 박 대통령도 시안에서 유적지 한 곳을 방문해 양국간 문화교류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안은 또 중국이 국가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서부대개발 사업의 거점도시라는 점에서 이번 방중에서 양국간 경제협력의 진전을 꾀한다는 박 대통령의 의도와도 맞닿아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시안에는 삼성전자가 70억달러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160여개의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있다.

이밖에도 LG상사, 심텍, SK텔레콤 KMW, 다산네트웍스 등 한국 IT 관련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어 새 정부 핵심 경제 기조인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살리기와도 맥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은 시안에서 우리 기업체 한 곳을 시찰할 계획이지만 아직 대상 기업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특히 이번 시안 선택은 정상회담 상대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배려하는 차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1953년 베이징에서 태어났지만 문화혁명 때 하방돼 산시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에서 7년간 생활한 만큼 시안은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勛) 전 국무원 부총리의 고향 푸핑(富平)이 시안에서 가깝고, 묘소도 푸핑에 조성돼 있어 박 대통령의 시안 방문은 시 주석과 개인적인 친분을 더욱 돈독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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