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이 아닌, 사랑에 중점을 두고 각색해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몬테크리스토'가 2013년 여름 국내에서 다시 부활한다.

2년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진과 정교한 줄거리로 다시 한번 더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2010년 처음 한국에서 공연됐을 때 당시 유료객석 점유율 85%를 넘나들며 이듬해 전국 10개 도시를 투어하면서 유료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한 작품이다.

화려한 무대 속에 몬테크리스토의 차가운 복수와 뜨거운 사랑을 담은 작품.

이 작품은 2009년 스위스에서 초연되 후 국내 정서에 맞게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해 재창작 됐다.

◆거짓말같은 일들은 모두 실화였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807년, 프랑수아 피코는 영국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프리네스트렐의 성에 감금된다.

피코의 절친 이었던 마티외 루피앙은 피코의 약혼녀 마르가리타를 빼앗기 위해 벌인 음모다. 훗날 감옥에서 나와 부를 획득한 피코는 조제프 뤼셰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지만 그의 약혼녀는 이미 루피앙의 아내가 된 상태.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똑같지 않은가? 뒤마가 살을 보태 만들었지만,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은 현실이 되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사진=뮤지컬 '몬테크리스토'공식홈페이지 사진화면 캡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

소설 원작의 줄거리는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의 젊고 유능한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 그의 애인 메르세데스를 탐내고, 선장자리를 탐냈던 주변인들로 인해 에드몬드는 누명을 쓰게된다. 바로 죄목은 나폴레옹의 편지를 운반한 첩자! 재판도 진행되지 않고 그는 그대로 악명 높은 샤토 디프 형무소에 14년 동안 수감하게 되는 단테스…

아무런 죄목도 없이 억울하게 14년의 세월을 날려버린 무고한 에드몬드는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다. 마침내 땅굴을 파기 시작한 에드몬드는 로마 가톨릭교회 신부인 파리아 신부를 만나게 된다.

파리아 신부에게서 에드몬드는 수학과 철학, 검술을 연마하며 귀족적 자태와 지식을 쌓게 된다.

에드몬드는 프랑스 왕정복고 시대로 전환하는 역사 속에서 탄생된 인물이다.

선장이 되려는 야욕에 가득 찬 당글라스, 남의 여인을 탐한 몬데고, 권력의 줄다리기에 영혼을 팔아버린 빌포트까지. 역사적 배경 속에 탄생한 인물로 관객에게도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파리아 신부는 병으로 죽게 되고, 단테스는 신부의 시신과 자신을 바꿔치기해 탈옥한다. 감옥에서 파리아 신부에게 들어 알게 된 몬테크리스토섬의 보물을 얻고 큰 부자가 된다.

이윽고 몬테크리스 백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파멸로 인도한 모든 이들에게 복수하기 시작한다.

돈, 명성, 여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고야 마는 이들은 에드몬드가 당했던 그 방식대로 차례로 파멸하게 된다.

이후 몬데고는 자살을 택하고 이에 몬데고의 아들 알버트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메르세데스만이 유일하게 알아봤고, 그녀의 부탁을 받아 복수의 덧없음을 느낀 에드몬드는 죽음을 택한다.

알버트는 이 모든 사실을 전해 듣고 아버지의 잘못에 용서를 구하고 군에 자진 입대한다. 이어 메르세데스는 홀로 남게 되는 불쌍한 처지가 돼버린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사진=뮤지컬 '몬테크리스토'공식홈페이지 사진화면 캡처 

◆뮤지컬의 묘미 '각색'…복수의 허망함이 아닌 사랑으로

뮤지컬에 중심은 모험과 복수로 이루어진다. '세상이 멸망해도 정의는 실현된다'는 내용의 웅장하고 암울한 음악적 요소도 가미 시켜 복수극의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에드몬드는 복수를 달성하고 난 뒤 쾌거가 아닌 허망함만이 남았을 뿐이다. 14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던 그에게 복수는 한순간이고, 싱겁게 끝나버린다.

뮤지컬은 이런 허망함을 사랑으로 부각시켜 에드몬드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반면 소설과는 다르게 뮤지컬에서는 메르세데스는 여전이 에드몬드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남고, 알버트가 몬데고의 자식이 아닌 에드몬드의 아이로 설정한다.

복수보다는 사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렇게 각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뮤지컬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사진=뮤지컬 '몬테크리스토'공식홈페이지 사진화면 캡처 

◆뮤지컬을 보는 맛

'몬테크리스토' 공연에서는 대저택과 감옥, 몬테크리스토 섬, 로마의 축제를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공간을 3D를 통한 입체감을 제공한다.

특히 거대한 저택에서 복수 대상들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열기구 세트와 화약의 활용, 귀족사회의 화려함과 의상 등은 거대한 무대와 더불어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또 바다 위 해적선과 보물섬의 풍경은 모험으로서의 흥미를, 순정적인 테마는 로맨스의 달달함을 풍긴다.

그리고 웅장한 음악들. 1막 복수의 칼을 갈며 부르는 '너에게 선사하는 지옥(Hell to Your Doorstep)'은 강렬한 사운드가 울려퍼져 에드몬드의 분노·복수의 마음을 잘 표현해준다.

한편 에드몬드와 메르세데스의 사랑을 중심으로 해적 여선장의 박진감 넘치는 노래로 황홀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8월4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되며,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류정한(특별출연)이 몬테크리스토 역을 맡는다. 메르세데스 역에는 윤공주, 정재은이 맡았다.

연출은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레베카' 등의 뮤지컬을 소개해온 베테랑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맡았다.

뮤지컬은 복수보다는 사랑에 포커스를 맞춰 각색했기 때문에 분노로 가득 찬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다시 순수한 에드몬드 단테스로 바뀌는 미묘한 변화에 뮤지컬을 관람한다면, 더욱 유쾌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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