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1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데 대해 “회담 대화록 발췌본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며 위법(違法)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서상기 정보위원장 및 새누리당 의원들이 열람한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화록 열람은 어느 법을 적용하느냐”는 민주당 김성주 의원의 질문에 대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허 실장은 이어 “어제 국정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공개한 NLL 관련 정상회담 기록물은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에 의하면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과 국회법 관련 조항에 따라 열람이 적법한 지 여부만 따지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원이 열람을 제공한 기록물, 즉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2조’에 따라 국정원 등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생산한 문건·자료는 ‘정부 공공기록물’이기 때문에 관련 법규에 따라서 공개 또는 열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이 “공공기록물이 확실하냐”고 묻자 “비서실에도 법률 전문가들이 많다. 대통령 기록물 여부를 분석하라고 했는데 공공기록물이라고 답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열람에 제한이 따른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또는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때 영장을 발부해 열람하는 식이다. 야당 의원들은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록을 ‘대통령기록물’로 간주, 여당 의원들의 열람이 ‘위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만약 이 기록을 공공기관기록물로 본다면 여당 의원들과 국정원 직원들의 열람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비밀 기록물을 열람한 후 내용을 공개하면 제47조 비밀 누설 금지 조항에 따라 처벌될 수는 있다.

이같은 허 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이 소수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밖으로 알려지면, 박근혜 대통령이 외국의 정상회담을 할 때 과연 외국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며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기록물이 지나치게 손쉽게 절차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공표되거나 발표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데도 남재준 국정원장이 기록물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엄청나게 누를 끼친 것”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공공기록물 법을 따르더라도 부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정보위원장이 가져오란다고 몇 시간 내에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고 했고, 김성주 의원 역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을 공공기록물이라는 자의적 해석 하에 여당 의원들만 열람하고 공표한 것은 중대한 국기 문란 행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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