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자 국내 가계와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일부 기업들의 법정관리 신청 등으로 이미 냉랭했던 회사채 시장은 시장금리 급등에 빙하기에 돌입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며 유동성 위기에 한걸음 가까워진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천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짊어진 가계 역시 한달새 이자부담으로 2조5천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 '빚 갚기 힘든데…'

가계이자 2兆 넘게 불어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은 한국의 가계에도 부담이 된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가 진 부채가 더욱 무거워지는 것이다.

4월 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주택금융공사 양도분 포함)의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9천억원에 달한다.

현재 은행대출 잔액 중 고정금리는 22.0%에 불과하다.

나머지 78.0%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코픽스(COFIX)와 같은 특정금리에 묶여 있다.

이달 21일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04%로 5월21일(2.60%)에 견줘 0.44% 포인트 올랐다.

만약 이 변동이 코픽스 등 가계대출 연동 금리에 모두 반영된다면 연간 이자 부담은 한 달만에 2조4천900억원이 늘어난다..

이자비용이 상승한 만큼 가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원리금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가구는 68.1%에 달했다.

이중 79.6%는 원리금 부담에 저축·투자·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1분기 가계소득(2인 이상 가구·명목기준) 증가율은 1.7%로 지난 2009년3분기(-0.8%)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국 1분기의 극심한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당국이 기대한 하반기 경기회복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게다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인해 4월부터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금리가 오르는 것이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올해는 경기가 생각보다 더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시장금리 상승에…'돈줄' 위험해진 기업들

출구전략의 후폭풍이 가장 먼저 도달한 곳은 회사채 시장이다.

지난 21일 신용등급 AA- 기업의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연 3.40%로 전날 3.32%에 이어 급등세를 이어갔다.

BBB- 등급의 회사채도 9.05%로 작년 7월 이후 처음 9%대를 넘었다..

조달금리가 오르자 기업은 채권발행을 늦추고 있다.

금리가 올라 채권값이 하락하자 투자수요도 사라졌다.

실제로 17~21일 회사채 발행규모는 4천810억원에 그쳤다.

이는 올해 주간 평균인 1조57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조선·해운·건설 등 취약업종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건설업종의 예상 부도확률은 9.1%, 해운업종은 8.5%에 달한다.

조선도 5.9%나 된다.

모두 빚이 많은데다 현금흐름이 좋지 못해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들 취약업종은 가뜩이나 업황이 어려운데, 더 깊은 유동성의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구조조정 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TX나 쌍용건설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STX 채권단에 회사채 상환을 독려하기도 했다.

중소기업도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평가한 2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34포인트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2분기(41포인트) 이후 가장 높다.

불안에 위축된 은행이 대출에 보수적인 태도로 나오면 중소기업의 '돈맥'은 사실상 끊기게 된다.

냉각된 회사채 시장에서 직접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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