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전국 124개 서비스센터 중 117곳에 외주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경영과 인사 전반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사업 실체가 없는 협력사와 도급계약을 맺어 운영하고, 이들 노동자에게 최저임금과 시간외수당, 휴식 등을 보장하지 않아 관련 법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직원들이 노조 결성과 소송을 추진하자 이를 방해, 회유한 정황들도 포착됐다.
 
이처럼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국금속노조 삼성지회 등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조사와 함께 법적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점의 의혹도 없이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정부는 의혹이 불거지자 일주일 만에 근로감독을 실시 하기로 했다.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늘부터 한 달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일부 AS센터에 40여명의 감독관을 투입, 불법파견과 관련해 근로감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감독사항은 위장도급 등 파견법 위반과 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이며 본사와 수원, 남인천, 부산 서비스센터와 이를 관리하는 지사·지점 등 10개소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전 센터에서 내부문서를 파기하고, 협력업체가 본사에 직접 보고하지 않도록 하는 등 증거인멸이 그동안 진행된 상태다.
 
삼성쪽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상황에서 국회와 노동계는 정부가 특별 근로감독보다 강도가 약한 근로감독을 벌이기로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별근로감독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거나 법 위반이 확인됐을 때 시행되며 수사 착수와 함께 입건이 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협력업체 직원들은 상시적 저임금, 강요에 의한 연장 근로와 조기출근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조계 일각에서 이번 사안이 직접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로 판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잦은 야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건당 수수료를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과정 등에서 법정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법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으로,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형사처벌 목적의 특별 근로감독이 아니라 행정처분 용도의 수시 감독을 하겠다는 고용부의 조처가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인다. 고용부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노동관계법을 어겨 쟁의 발생 우려가 크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의 경우 특별 근로감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는 올해 이마트(부당노동행위), 현대제철(산재 사망), 지난해 케이티(부당노동행위) 등을 특별 근로감독한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류하경 변호사는 “위장도급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있어 이마트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데도, (고용부가) 삼성이라 소극적인 것 같아 유감이다”라고 비판했다. 민변 등은 25일 고용부에 삼성전자서비스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위장도급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내기로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이번 논란이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문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외부에서 볼때 불법 행위로 왜곡돼 비쳐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체계적 관리를 위한 합법적 운영이었다는 주장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휴대폰, 가전제품 등 삼성전자 주력 사업 부문인 전자기기 특성상 제조사의 전문적 관리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 A/S 수요와 직접 맞닿아 있는 협력업체들과 삼성전자의 긴밀한 관계 형성은 불가피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주장과는 달리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더욱더 파해치고 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야당 의원들은 "해당 중소기업들이 진짜 협력업체라면 직원 관리부터 서비스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며 "결국 삼성은 협력업체를 산하조직처럼 운영해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해고 등 해결 과정에서 사측이 직접 관여하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고용부는 그동안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미 문제가 확실히 드러났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고용부는 이번 주 안으로 삼성전자서비스 의혹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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