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연봉 1억 해도해도 너무한다

민간 조직으로 잘 알려진 금감원이 금융사의 감독권 행사를 핑계로 '수퍼 갑' 노릇을 하면서, 금융사보다 더 많은 연봉까지 챙기고 있어 공기업과 관련 연봉의 누수현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분류된 민간회사로 직원 급여 등 운영비용을 금융 회사의 분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기는 하지만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 전반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

이런 슈퍼갑의 힘의 논리는 최근 금융공기업의 고액 연봉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정책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공기업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8700만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의 지난해 평균 보수는 9196만원으로 한 해 전보다 3.3% 높아졌다. 9196만원 중 기본급은 5076만원이다. 연봉은 2007년 8784만원, 2008년 8811만원, 2009년 8836만원으로 오르다 2010년 8591만원으로 떨어졌지만 2011년 8903만원으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금감원 관계자는 전문성이 필요한 금융감독 업무의 특성상 변호사(61명) 공인회계사(248명) 등 고임금 전문인력이 전체의 20%에 달하고 장기근속 인력의 비중이 높아 평균 임금이 높게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7.1년이다.

지난해 금융공기업 중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거래소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평균 직원 임금은 1억1358만원이다. 거래소 직원의 평균보수는 2008년 1억244만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 중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평균 연봉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1억원대에 진입(1억78만원)했다. 한국투자공사(9752만원) 코스콤(9479만원) 한국은행(9389만원) 수출입은행(9360만원)도 평균 연봉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공기업들은 지난 정권 초 고액연봉이 논란이 되자 슬그머니 연봉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정권말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대폭적인 임금인상에 나섰다. 금융공기업 9곳 중 8곳이 최근 2년간 7~12% 인상했다. 한 금융공기업의 경우 지난해에만도 6.17%나 뛰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 2.22%의 3배나 된다.

금감원장의 연봉도 공공기관장 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금감원장은 지난해 3억3,480만원, 부원장은 2억7,070만원을 각각 받은 반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6,100만원이었다.특히 신입사원들의 연봉은 최근 2년동안 30%이상 급등했으며 감사들의 연봉도 대부분 2억원대를 상회하며 다른 공공기관 감사들보다 4~5배나 많이 올랐다.

경영을 잘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순이익이 50% 이상 급감했고 코스콤과 예탁원 역시 각각 35%, 24% 줄었다. 정책금융공사는 무려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회사는 멍들어가는데 임직원은 배를 두드리는 꼴이다.

공기업과는 달리 사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그에 상응한 연봉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나 부러워하지만 일한 만큼 성과가 나오면 보상이 따르는 건 자본주의의 공식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일부 금융공기업들은 적지 않은 이익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공기업들은 특성상 정부로부터 독점적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받거나 보장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민간기업의 운영방침과는 사뭇 차이가 크다고 할수있다.

평균 연봉이 억대를 웃돌거나 육박하는 증권 유관기관만 해도 투자자가 내는 수수료를 주수입원으로 운영되는 회사다. 최근 몇년간 증시 침체로 인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적지 않고 상당수의 증권사들도 적자 상태에서 허덕이고 있음에도 금융공기업들은 독점적 지위 덕분에 흑자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땅짚고 헤엄치는’식의 경영을 하는 금융공기업의 평균 연봉이 삼성전자(7000만원)보다 24%나 많고 경쟁이 치열한 민간 금융회사들보다 월등히 많은 것은 문제다. 더구나 근속연수도 훨씬 길고 정년도 보장되니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서 정부도 한몫 거들었다. 금융공기업의 고임금 고착화된 배경에는 매번 퇴직한 고위공무원들을 전문 분야도 아닌곳에 최고경영자(CEO)로 내려 보낸 정부의 책임도 크다. 이렇다보니‘낙하산’ CEO들은 재임기간중 문제를 일으키기 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공기업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등 방만하게 경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임직원들 역시 경쟁자가 없으니 무사안일에 빠지기 쉽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책임의식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금융공기업들의 잘못된 경영은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방만한 경영은 분명 고쳐져야 한다.만일 충고를 무시하고 방만한 경영이 계속 된다면 해당 CEO를 교체해서라도 문제를 제거해야한다. 특히 독점적 지위를 경쟁구도 바꿔야 한다.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는 것 역시 당연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분명 금융공기업은 공익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부어 만든 곳이다. 실적개선에는 전혀 무감각한 이들에게 봉급만 올려주는 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임금체계를 점검하고 불필요하게 새고있는 곳을 바로잡아야 한다. 공공성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는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고 CEO의 임기를 보장해 책임경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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