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은 1일 오후 10시53분 곧바로 카니발 차량을 탑승해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일 오후 10시53분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카니발 차량을 탑승한 모습. 사진/안상희 기자

서울중앙지법은 1일 오후 10시쯤 CJ그룹 비자금 조성과 배임·횡령·탈세 의혹으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결과, 이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5월21일 CJ그룹의 비자금 의혹으로 CJ그룹 본사 및 계열사·임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지 41일 만이다.

이재현 회장은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담담하게 대기하고 있던 검찰을 빠져나갔다.
검찰을 나서기에 앞서 CJ임직원과 국민께 한마디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다시 한 번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만 끄덕였다

김우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오전 11시부터 이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49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출석한 후 1시30분경 약 2시간30분 만에 판사의 신문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 검찰로 이동해 대기했다.

이재현 회장 측 변호인단은 혐의의 상당 부분을 시인하면서도 회사 경영을 위해 어쩔 수 없었으며 그동안 이 회장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구속 영장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 회장의 탈세·횡령·배임 액수가 1000억원을 넘는다는 점,
범행이 그룹 임직원을 동원해 오랜 기간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인멸의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수사관들과 함께 검찰을 나서고 있다. 사진/안상희 기자

이재현 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는 재벌 총수가 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됐지만,
이들은 검찰 단계에서 구속된 이재현 회장과 달리 모두 재판 과정에서 법정구속 됐다.

이재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법원에 들어서며 배임·횡령·조세포탈 혐의를 인정했는지, 인정했다면 어느 부분을 인정했는지, 임직원에 대한 선처 부탁은 무슨 의미인지, 임직원에 대해 조사를 지시한 점을 인정한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들에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만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답한 후 곧바로 319호 법정으로 올라갔다.

이번 심사는 지난달 25일 이 회장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26일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데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횡령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현 회장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고의성이 없으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회장의 횡령, 배임, 탈세 등의 혐의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검찰은 그동안 이재현 회장이 CJ제일제당의 복리후생비, 회의비, 원자재 거래내역 등 경비를 거짓으로 계상해 회삿돈 600억원을 횡령한 혐의, 일본에 빌딩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350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국내외 비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차명계좌로 관리하던 비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아 수천억원대의 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510억원가량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치소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안상희 기자


검찰은 이재현 회장에 대해 해외 차명계좌와 CJ계열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 아직 수사가 덜 된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할 방침이다.

CJ그룹 측은 예상은 했음에도 침통한 분위기다.
이재현 회장의 빈자리로 인한 비상경영체제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아는바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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