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한 100억 위조수표 사기범, 나는 주범 아니다 
    
100억원짜리 위조수표 사기 사건의 공범들이 경찰에 잇따라 검거되면서 범행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밝은 대낮에 위조된 100억원권 수표를 은행에 제시, 계좌이체를 받은 뒤 이를 모두 현금으로 바꿔간,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대담한 배짱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100억원 위조수표 인출 사기사건이다.

경찰은 몸통이 '나경술'이라고 주장한 김영남(47)이 1일 경찰에 자수했다고 밝혔다.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수표를 위조한 혐의로 공개수배한 김영남(47)이 전화로 자수 의사를 밝히고 수사팀으로 찾아와 오후 1시 30분 긴급 체포했다고 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주범인 나경술(51), 최영길(61), 김규범(47) 등과 함께 주범으로 지목된데다 지난 6월24일에는 출국금지조치 됐으며 이어 26일에는 공개수배까지 내려지자 심적부담을 느껴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주범은 나경술인데 명동 일대 호텔에서 찍힌 동영상과 수배전단 등에서 나를 주범으로 몰고 있어 자수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팀 관계자는 2일 "김씨가 전날 조사에서 이 사건의 몸통은 나경술이며, 나씨가 공범들과 최소 수개월 전부터 이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자신은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씨는 자신이 직접 수표위조·현금인출·환전 등의 범행에 가담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진술에 모순점이 있어 이런 김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2010년 4월 경 나씨와 같은 구치소에 수감됐던 인연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나씨에게 모두 6800만원을 빌려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돈을 빌려준 시기로 미뤄볼 때 이 돈이 100억원짜리 수표를 위조하는데 사용된 1억110만원짜리 수표를 발급하는데 쓰인 돈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씨는 나씨에게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과정에서 범행 당일인 12일 서울에서 이자를 포함, 1억원을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올 초부터 나씨와 수차례 만난 점, 범행과정에 대해 모두 알고 있던 점 등으로 볼 때 주범격 인물로 보고 보강수사를 거쳐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전날 구속영장이 발부된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차장 김모(42)씨에 대한 수사도 계속하고 있다. 은행 내부에서의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도 보다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구속영장과 관련하여 수원지법 시진국 영장전담판사는 1일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차장 김모(42)씨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100억대의 수표가 위조돼 아무런 제재없이 수표감별기를 통과하고 계자이체까지 된 과정에는 은행 관계자들이 깊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김씨 외 또 다른 은행관계자들의 연루 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사건의 주범인 나경술(51) 등과 범행을 공모하고 지난 1월11일 나씨 등 일당에게 1억110만원짜리 수표를 부정 발급해 범행에 공모한 혐의(특경법상 사기)를 받고 있지만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그러나 나씨와의 통화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경찰은 은행원 김씨가 나씨 일당에게 부정 수표를 발급해준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위조수표를 받고도 100억원을 지급한 국민은행 수원 정자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나씨 등 주범들이 하루빨리 검거돼야 한다"며 "주범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 공모자와 환전책, 인출책 등 11명을 검거했으며 나경술(51)·최영길(60)·김규범(47) 등 3명을 공개수배해 쫓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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