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22일 오후2시22분 서울중앙지법.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자 2,802명이 10조원의 배당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서류가 A4복사용지 박스 13개가 넘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다. 국내 최대규모의 집단소송 제기 현장임을 증명하듯 소송접수 현장에는 발디딜 틈 없이 많은 방송카메라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현장에는 원고로 참여했고 과거 영업소장으로서 유배당 보험상품을 팔았던 윤병목(54세)씨가 판매 당시 ‘이익이 발생하면 많은 배당을 지급하겠다’ 라고 판매했다고 증언하고 있었다.

소송이 제기되자 삼성생명은 언론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는데, 대부분 언론을 호도하는 궁색한 변명으로 옹색하기에 짝이 없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기자들이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인용 보도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성생명의 주장은 우선, 상장문제는 다 끝난 이야기고 결론이 난 사안을 이제 와서 계약자들이 ‘발목잡기’한다는 것이었다. 삼성은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유배당 계약자들은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산하의 상장자문위는 자문위 일 뿐이고, 어떠한 금융위가 내린 행정행위도 법적 효력도 없는 ‘자문결과’의 종이 몇 장 일 뿐이다. 자문위 결과는 다 지급했다는 것이지만 이전의 2~3차례 자문위는 계약자 몫이 있다는 결론이었고, 더군다나 이전 자문위에 참여한 나동민씨도 계약자 몫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자로 뒤집힌 엉뚱한 결론을 내놓은 것이었다. 이것이 다 끝난 이야기란 것인가?

발목잡기 주장도 분명히 보험사와 계약자간의 약정된 거래가 이행되지 않아 당연한 배당금지급을 청구하는 것이다.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계약자 몫을 지급하지 않고 상장할 경우 계약자 몫을 주주가 다 가져가기 때문에 상장 전에 배당금지급 소송을 제기한 것을 가지고 ‘발목잡기’라고 한다면, 계약 당시 배당금지급을 약속하고 이행하지 않는 것이 ‘사기꾼’일 것이고, 도망가는 ‘사기꾼’을 잡는 것이 발목잡기라면, 국민들은 얼마든지 사기꾼의 ‘발목잡기’할 용의가 있는 것이다.

둘째로 배당금은 다 지급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0조의 이익은 어떻게 발생 하는가? 자본금 1천억의 회사가 로또 당첨된 것도 아니고 계약자 보험료로 자산 120조원의 거대 회사로 성장할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적지만 매년 운영수익(Operation income) 결과에 따른 배당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부동산등 장기투자자산의 자산이익(Capital gain)은 배당한 적이 없다. 이에 30조의 기업가치 증대 로 나타난 것이고 이중 계약자 몫이 10조원이 있는 것이다. 이익이 있으면 배당하겠다는 약속을 여기에서도 지키라는 것이다. 자본금 1,000억의 회사가 계약자 기여가 없다면 어떻게 30조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말인가? 생명보험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생명보험이기에 배당제도가 있는 것이다. 30조라는 이익이 있으므로 배당을 하라는 것이다.

셋째로 상장과 배당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 졌다는 주장이다. 거래 당자자인 보험사와 계약자가 따로 있는데 사회, 아니 제3자가 뭘 합의했다는 것인가? 사회적 합의도 보험사 편향의 학자들을 자문위원이라 내세워 엉터리 결론을 내놓고 제대로 된 공청회한 번 없이 얼렁뚱땅 발표해 버리고 무슨 사회적 합의를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그 당시 떠도는 소문은 윤증현 금감원장은 삼성맨이고 구조본이 정부, 국회 그리고 언론과 방송사에 대해 엄청난 로비를 펼쳐 삼성 의도대로 꿀 먹은 벙어리 처럼 묵묵부답인 채로 있었다고 한다. 참여연대, 경실련, 개혁연대, 보소연 등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부당하다고 조목조목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도 들은 척도 안하고, 신문과 방송은 무슨 수로 재갈을 물려 놓았는지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한마디 보도되지 않았었다. 이것이 사회적 합의인가?

넷째로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대신 사회공헌기금 1조5천억도 내놓기로 했다는 것이다. 배당금을 받을 자는 계약자인데, 끼어들기 싫타는 외국 생보사까지 집어넣어 사회공헌기금을 공익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고 계약이행의무가 없어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 사회공헌기금은 말 그대로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보험사가 좋은 일 한다며 보험사가 생색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발표에서는 생보 상장과 사회공헌기금은 무관하다고 애써 변명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왜 이걸 계약자 몫의 배당금 대신에 사회공헌기금 내놨다고 계약자에게 줄 배당금을 안 주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사회공헌기금은 생보사의 기부금이고, 계약자 이익 배당금은 약관에 따른 거래의 이행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가 승인해서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규정도 개정됐다는 것이다. 한술 더떠서 배당을 하려면 이 규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을 아무리 무식하게 봐도 이건 너무한다 싶다. 유가증권상장규정은 일반 기업에도 적용받는 기업공개시 필요한 절차를 정한 규정이다. 이 규정을 개정한 것은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상장 심사규정을 바꾼 것일 뿐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이익 배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삼성은 이규정을 재개정해야만 배당을 해줄 수 있다라는 본말이 전도된 엉뚱한 변명을 늘어 놓았다. 삼성생명과 계약을 맺은 유배당 계약자는 삼성생명에게 상장 전에 계약을 이행하고 상장을 하라는 것이지 상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상장규정과 이번 소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삼성생명은 계약자 자산의 선량한 관리자입니다. 삼성생명의 자산은 계약자 여러분 것입니다. 삼성생명은 이익이 나면 이를 계약자에게 배당금으로 돌려드립니다!” 과거 삼성생명이 보험가입을 권유할 때 계약자에게 끊임없이 되풀이 하며 써온 말이다. 이를 믿고 보험에 가입한 유배당 계약자에게 한 배당 약속이다. 약관에도 법에도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원칙(pacta sunt servanta)에 따라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위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배당금 청구소송 소장 말미에 써 있는 말이다. 이제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 없다. 삼성의 양심을 기다릴 뿐이고,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