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봉인 해제

▲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이 가결 되고 있다. 국회는 요구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2007년 제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봉인에서 풀려 세상 앞에 그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과 녹음기록물 등 관련 자료 일체에 대한 국회 제출 요구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현재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 원본과 녹음 자료 등을 국회에 열람토록해야 하며, 해당 자료는 노 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대화록, 이를 녹음한 원본 파일, 사전 준비 자료 등 회의록 일체, 사후 조치 자료와 보고서, 전자 문서 등이다.

이날 본회의에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여야 의원 276명이 참석했다. 이 중 257명이 찬성했다. 요구안이 통과되기 위한 조건, 국회의원 3분의 2(200명)를 훌쩍 넘긴 숫자다. 통상 '권고적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과 달리 여야 모두 '강제적 당론'으로 해당 요구안을 추진한 결과다. 요구안에 반대한 의원은 17명, 기권은 2명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그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일부 정서와 배치된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뷰' 조사를 보면, 54.8%의 응답자가 국정원의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공감한다'는 의견은 42.7%로 집계됐다. 모노리서치 결과에서는 41.2%가 `국정원이 잘못했다`고 응답하고, 28.3%만이 `국정원이 잘했다`이며, 25.0%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록관리 관련 단체들의 협의체인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국가정보원이 수차례에 걸쳐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고의적으로 위반한 것도 모자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까지 정쟁 해소를 위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의 기본정신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우려하는 목속리가 지속되고 있지만, 여야는 일단 대화록 관련 일체 자료를 보고 필요하면 일부 내용을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확신하는 새누리당과 노 전 대통령 발언을 'NLL 포기로 볼 수 없다'고 믿는 민주당 등 두 당의 기대섞인 희망이 깔려있다. 대화록 원본 공개로 진실의 신이 우리 쪽을 향해 미소짓게 되리라는 속내다.

그러나 대화록을 공개한다고 해도 다툼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는 시각이 많다. 지금의 정쟁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벌이는 해석 논쟁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원본은 물론 정상회담 전후 정부의 논의 자료까지 모두 공개되면 오히려 공방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내부에서 공동어로수역 설정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자료들까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를 놓고 정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원본 공개를 반대하는 일부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바로 이런 점을 우려한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더이상 국가 기밀자료가 정쟁의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명국가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으며,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이번 국회 결의는 앞으로 정치적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했다.

이번 대화록 공개로 국격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록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휘 명지대 교수는 "정상회담의 대화록이 정쟁으로 공개가 된다라고 하는 것은 정말 신생국도 아니고 아주 높은 수준의 왕조실록을 갖고 있는 우리 기록문화를 본다면 정말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대통령 기록이 정쟁으로 이렇게 멋대로 공개가 된다면 어느 대통령이 기록을 남기고 또 보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국 같은 경우는 이런 건 30년간 보존을 하고 또 공개를 할 때에도 상대방에게 의견을 구하는 게 관례적으로 돼있다"며 "그런데 우리는 그것도 없이 공개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대화록 열람 요구안에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원칙은 절대 무너져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했다"면서 "외교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상 간의 신뢰구축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