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가 보험사와 보험개발원의 '보험료 조작 의혹'과 관련해 집단 소송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상품 개발 단계의 문제점 파악을 위해 올 하반기 중에 처음으로 보험료 산출 적정성 검사에 돌입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원은 에르고다음다이렉트, 동부화재, 한화손해보험, 보험개발원이 보험료를 부당하게 산출해 고객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됐다면서 피해자들을 모아 손해배상 소송을 할 계획이다.

피해자만 최소 5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 보험사 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에서도 이런 행위가 만연했을 것으로 보고 집단 소송을 통해 보험업계의 꼼수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입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보험료는 보험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일부 보험사들이 조작하거나 부적절하게 계산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면서 "보험료 검증 업무를 소홀히 한 보험개발원도 막중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료가 적정 수준보다 높으면 그 부담을 고객이 지게 되며 너무 낮게 책정하면 향후 보험금 지급 능력이 부족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자칫하면 보험사가 도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자동차보험의 보험료 인상요인이 발생해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인위적으로 요율을 조작해 보험료를 3.1% 낮췄다.

지난해 3월 한화손보가 연도별 손해진전계수(LDF)를 계산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2009년에는 3개월간 통계자료만 있어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는 등 보정 작업을 해야 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손해율이 왜곡됐다.

2008년 2월에는 동부화재가 매년 잘못된 기초통계자료를 사용함에 따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매년 0.9~13.6% 낮게 산출됐다.

보험요율을 검증하는 보험개발원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 한화손보, 동부화재가 제출한 문제의 보험요율에 대해 '적정하다'며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료 문제가 커지자 금감원은 연내 보험료 산출 적정성 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검사는 개원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상품 판매와 보상 부분의 민원을 들여다봤다면 이제는 민원의 시발점이 되는 상품 개발 단계의 문제점까지 파헤치겠다는 의미다. 보험 상품 개발 과정에서 요율 산정, 특약 등 세부 내용까지 점검해 보험료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계획이다.

이번 검사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면 보험사 영업 정지 또는 최고경영자 문책 등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상품이 너무 복잡하다보니 보험의 첫 단계인 상품 개발부터 꼼꼼히 살펴 문제점을 제거할 방침"이라면서 "업무 계획에 잡힌 사안으로 올 하반기 내에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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