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하반기 6700가구 공급… 단기간에 常住 인구 늘며 상가 분양도 활기 띨 듯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차로 20분가량을 달려 도착한 강서구 가양동·마곡동 일대의 마곡 도시개발 사업지구.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에는 '미래를 꿈꾸는 첨단 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 '이화여대 마곡 새 병원 예정지'라고 적힌 높이 3~4m짜리 대형 펜스가 도로를 따라 서 있었다.

공사장 저편에서는 10층 안팎 올라간 아파트 수십 동(棟)과 대형 타워크레인 10여개가 높이 솟았고, 건설 자재를 잔뜩 실은 덤프트럭이 도로 곳곳을 바쁘게 오갔다.

이곳은 서울 시내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서울에는 360만㎡가 넘는 대규모 땅이 개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 5·9호선, 공항철도가 모인 역세권이기도 하다.
1년 새 LG그룹 연구센터, 대우조선해양 본사 등 대기업 입주도 확정됐다.
마곡지구에 대한 서울 서부권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기업 인력 4만명 몰린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마곡지구를 서울 서부권에 들어서는 대형 테크노밸리로 만들고 있다.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보다 면적이 5배 크다.


이미 LG그룹·대우조선해양 외에도 롯데그룹·코오롱·이랜드 등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 입주가 확정됐다. 마스크팩 제조업체 제닉도 입주를 확정했고, 이화의료원은 서울에서 여섯째로 큰 1200병상 규모 대형 병원을 짓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업 입주가 본격화하는 것은 2016년 전후. 장기적으로 LG그룹 계열사 연구인력 3만명, 대우조선해양 5000명 등 총 4만명 안팎이 근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LG그룹은 3조2000억원을 이곳에 투자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달 초 10개 안팎 중소기업이 추가로 입주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첫 주택 공급도 시작됐다. SH공사가 1일 장기 전세 아파트 청약 접수를 시작으로 하반기 국민·공공임대 등 6700여 가구를 공급한다. 일반에 공급되는 공공 분양 물량은 이 중 2865가구다. 3일 마감된 장기 전세 아파트는 859가구에 5851명이 몰려 6.8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또 주택 공급이 건물 공사부터 하고 분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내년 하반기쯤 입주가 가능하다. 단기간에 이 일대 상주인구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기업 온다" 부동산 시장 반색

침체에 빠져 있던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기업을 배후 수요로 둔 지역은 불황에도 버틸 수 있다는 게 최근 부동산 시장의 공식이기 때문이다.

마곡지구 지도.
2011년 당시만 해도 마곡지구는 주변에 실망감만 줬다. 경기 침체로 사업을 축소·변경하는 등 조정만 잇따랐다. 인근 주택 시장은 집값이 하락세를 보인 데다, 미분양 아파트도 적지 않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마곡역 인근에선 '특별 혜택 분양! 파격 할인!'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지금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실망감이 기대감으로 바뀐 것은 기업 입주가 속속 확정되면서다. 주택 시장에서는 이전 기업 직원들이 인근에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구하게 되면 활기가 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엠코도 이런 점을 감안, 지난 1일부터 마곡지구 내에서 '엠코 지니어스타' 오피스텔 559실 청약에 돌입했다.

공공 주택 거주자까지 포함해 전체적인 유동 인구가 늘어나 상권도 발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서구 내발산동 '랜드3 공인중개' 박찬남 대표는 "최근 들어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들어가는 상가를 찾는 사람이 하루 2~3명씩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아파트도 올라가고 기업 이름 적힌 펜스도 생기니 지역이 달라지는 게 눈으로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 팀장은 "마곡지구는 대기업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가 크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며 "서울의 판교라고 부를 수 있는 대형 배후 수요가 생기는 셈이라 주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이다. 마곡지구 개발 사업의 성패가 기업 유치와 입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불황이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SH공사가 추가로 외부에 매각해야 하는 땅이 110만㎡가 넘는다. 전체 매각 대상 토지 약 150만㎡ 중 70% 이상이 남은 셈이다.

추가로 기업을 유치하는 데 실패하거나, 땅을 산 기업의 입주가 늦어질 경우 시장의 기대감이 잦아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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