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이익 위해 고배당 하는 것 아니냐"

▲ 현대증권이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의 현금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은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27.3%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중공업(15.2%) 등 5개 범(汎)현대가가 32.9%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사주를 염두에 둔 고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현대증권이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의 현금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은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27.3%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중공업(15.2%) 등 5개 범(汎)현대가가 32.9%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사주를 염두에 둔 고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작년 21억원 적자에도 현금 444억원을 배당했다.

반면, 적자를 낸 한화투자증권, 골든브릿지증권, 리딩투자증권, 맥쿼리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IBK투자증권은 작년 흑자로 전환했지만 배당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보다 당장 사주나 본사의 이익을 위해 고배당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금감원 자료를 보면, 현대증권처럼 재벌 계열 증권사들의 지주나 계열사들이 막대한 배당금을 가져갔다.

작년 순익(1천590억원)보다 많은 1천801억원을 배당한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순익의 절반가량을 배당한 NH농협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가 68.13%의 지분을 보유했고 BNP파리바증권은 BNP파리바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해 102억원의 배당금을 모두 가져갔다.

사주나 금융지주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증권사들도 배당성향이 높은 편이었다.

대신증권 최대주주는 이어룡 회장의 아들 양홍석 부사장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양 부사장의 보유지분이 6.66%, 이 회장이 1.41%, 이 회장의 딸 정연씨가 1.03%다.

대신증권은 순익이 2011년 907억원에서 작년 172억원으로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이 56.8%에서 225.5%로 커졌다.

부국증권도 작년 순익이 줄어 배당금은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은 2011년 57.9%에서 작년 68.4%로 높아졌다. 부국증권 최대주주는 김중건 회장으로 3월 말 현재 12.22%를 보유했고 동생인 김중광씨가 11.79%를 갖고 있다.

신영증권도 원국희 회장(16.23%), 유화증권은 윤경립 회장(17.64%), KTB투자증권은 권성문 회장(22.26%)이 각각 최대주주로 배당금 중 상당 부분을 챙겼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5월 말 한 행사에서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금융사들이 배당보다는 내부유보를 늘려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가 일부 은행만큼 고배당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너무 고배당을 하는 것은 아닌지 체크는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