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지방선거에는 여, 야가 없다  

국회가 잠시 방학에 들어갔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바깥에서는 이사짐이 조용히 꾸려지고 있다. 눈치와 줄대기로 같은당 후보들끼리 일전도 불사하던 정당공천제 폐지를 여야 모두가 공인하고 있어 더욱더 증폭될 것으로 보여진다.이제 단체장들의 정당공천제는 역사의 한페이지를 기록하고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를 둘러싸고 그동안 한지붕아래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사들이 하나둘씩 둥지를 떠날 채비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가장 비근한 예가 민주당 정상혁 보은군수의 전격적인 ‘탈당’ 선언이다. 이는 각당에서 눈치를 보고있던 자치 단체장들이 대거 탈당할 것으로보여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군수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표면적인 이유로 꼽으며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지난 해 대통령 선거 때 여야 후보가 공천제 폐지를 공약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없다. 조속한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정당을 떠나 무소속 군수가 되기로 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에 앞서 올 초 탈당한 새누리당 김동성 단양군수 역시 정당공천제 폐지를 탈당의 이유로 들었다. 김 군수의 탈당 이유역시 “단양군의원들이 여야로 나뉘어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아 지역 발전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 을 바라볼때 정당공천제가 빨리 폐지되어야만 지역이 와해되지않고 경쟁력있는 도시로 거듭 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군수는 이어 “정당공천제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을 수족처럼 부리기 위한 것”이라며 “생활 행정을 하는 지방자치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했다.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의 폐지는 여야 모두가 겉으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탈당한 단체장들이 혹여 안철수 신당으로 해쳐모일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탈당한 단체장들에게 안철수 신당쪽에서 기득권을 주면서 수용하겠다는 조건을 걸어 대거 영입에 나선다면 여야는 자신들의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질수 있다. 또한 여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안철수 신당의 존재감이 생각외로 높아 파괴력을 감안 한다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느끼는 파장의 강도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려와 걱정속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지방자치의 발전과 공천으로 인해 발생되는 부정,부폐 측면에서 다소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가 한시적 공천제 폐지 등 개혁안을 발표했고, 민주당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제 찬반검토위도 공천제 폐지를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지난 대선 당시 여야의 공통된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조속한 시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정치권 관계자는 “정당공천제가 갖는 책임정치라는 장점도 있지만 정당공천제 이후 공무원, 전문가 등 유능한 지역 일꾼이 정치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사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여야가 기초단체장, 기초의회의 경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언한 이상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정당을 배제한, 말 그대로 생활정치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켜본 우리의 지방자치는 완전한 한쪽이 아닌 반쪽 자치에 머물렀다고 봐야 한다.반쪽 자치의 근본 원인은 지방정부의 중앙 종속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었다.특히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권을 가지면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풀뿌리자치의 근본이 훼손되고 공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모두가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새누리당 특위와 민주당 검토위의 결정에 대해 당장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와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환영 성명을 낸 것을 보더라도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가 지방자치 발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문제는 공천제 폐지의 조기 실행을 위해서는 폐지에 따라 예상되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지방 선거에서 기존 기초단체장·기초의원이 더욱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치신인들의 선거 참여를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초의회 정원의 일정부분을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층에 할당하는 것도 공천폐지에서오는 장점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정당별 일괄선거기호제를 폐지해 무조건 특정번호를 찍는 폐단도 없어진다.

이에 민주당은 검토위 의견을 당론으로 채택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정당공천 폐지’를 주제로 8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김한길 대표는 의총에서 “지난 대선 때 기초자치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사안의 시급성과 대국민 약속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초자치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낼 수 있도록 절차를 지도부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은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이뤄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5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거쳐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때 약속한 공약이기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르면 오는 10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의 대선 공약 이행 의지가 확고하다. 당론 채택 과정에서 ‘정당공천 폐지’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해 당론으로 확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민주당 정당공천 찬반검토위원회는 [여성명부제] [정당표방제] [기호제 폐지]를 전제로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는 것이 맞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국회 과반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 폐지’에 동의해야 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행보에 여당 역시 더욱 적극성을 보여야 하겠다. 시간적으로도 각종 대안 검토나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서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그리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여야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공천제 폐지 사안에 성실히 임해, 국민과 약속을 잘 지키는 집권여당, 제1야당의 가식없는 진실한 믿음의 정치를 보여주기를 국민의 한사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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