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확보·재원 충당 난항이라는데..市 "그래도 고"

▲ 부산시가 땅도 확보하지 않은 채 추진, '공중누각'이라는 비판을 받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을 강행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부산시가 땅도 확보하지 않은 채 추진, '공중누각'이라는 비판을 받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을 강행해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중앙뉴스>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시작부터 현재까지 진행상황을 짚어보며 부산시가 왜 이런 난처한 지경에 빠지게 됐는지 집중 조명해봤다.

부산시는 지난 2008년 롯데그룹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기부 약정식을 체결한다.

이에 따르면 부산시는 총 사업비 2629억원을 들여 부산항 북항재개발지구 내 대지 면적 2만 8427㎡에 총면적 4만 8990㎡(지하 2층, 지상 7층)로 1800석의 오페라 전용관과 300석 규모의 소극장을 세운다는 방침을 정했다.

롯데그룹이 전체 사업비 중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2014년 공사를 시작해 2018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은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시는 2010년 건립추진위가 구성됐고 지난 3월 실시설계용역을 발주했다.

또 오페라 아카데미 등을 개설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오페라 전문 공연기관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해 세계 유명 공연을 유치, 애호가층을 확산시켜 나가는 후속 대책도 마련했다.

건립은 대기업인 롯데 측이 담당하기로 했기에 중도에 엎어지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면서 부산 시민들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그러나 사업 추진이 삐걱되기 시작했다. 예산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다.

롯데가 부담하기로 한 1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000여억의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가 고민이었다.

부산시는 이 돈을 국고와 시비로 끌고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희망이었다.

정부는 이미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서는 국립극장에 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공사를 지원해 줄 여력과 명분이 약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렇다고 시가 사업비를 고스란히 부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00년 78.3%에 달하던 부산시의 재정자립도는 2012년 57.4%까지 떨어졌다.

반면 비슷한 기간 동안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에 기대는 의존수입은 2000년 22.7%에서 2011년 41.8%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사업비를 부담한다고 하면, '살림이 팍팍한데도 돈을 물 쓰듯 쓴다'는 모양새로 비춰져 시 안팎의 비판과 비난을 자초할 게 뻔했다.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도 문제였다. 시는 북항 재개발 지구를 관리하는 부산항만공사에 부지를 무상 임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부산항만공사(BPA)는 거절했다. 땅값 65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BPA 관계자는 "요즘은 국가 기관간에도 거래는 분명히 한다"며 "국가예산으로 조성한 땅을 특정 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양보해도 조성원가는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고 난 이후도 문제다. 오페라 공연에 대한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영업을 할 것이며 운영경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것이다.

가령 서울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도 2011년 74억 원의 국고보조금과 기부금을 쏟아부었지만, 5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시절 6700억여 원을 들여 노들섬에 추진하던 서울오페라하우도 결국 무리한 사업비를 견디지 못하고 중단된 상태다.

삼성이 지어 대구시에 기부한 대구 오페라하우스도 적자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7억 원가량을 벌어들였지만, 52억 원을 운영경비로 지출했다. 45억 원의 적자는 고스란히 대구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부산시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 타당성은 점차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시는 그래도 "GO"라는 입장이다.

시는 이달 안에 국제 설계공모전에서 당선작을 낸 노르웨이 스노헤타(Snohetta)사와 일신설계 등과 '오페라하우스 건립 기본·실시설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부산시는 계약 체결 때 전체 계약금 240억여원 중 80억원 정도를 예산으로 편성, 설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부산시를 감시하고 견제할 시의회도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달 24일 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시가 오페라하우스의 건물 부분만 시 공유 재산으로 취득하겠다고 상정한 '공유 재산 관리 계획 변경 계획안 동의안'을 승인해 줬다. 부산시가 땅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건물만 시 재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을 승인해 준 것이다.

한 시의원은 "부산시가 허공에다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것을 시의회가 허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는 새누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허남식 부산시장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정희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문화사회위원장(동아대 교수)은 "부산시가 땅도 확보하지 않은 채 추진하려는 오페라하우스 사업을 어이없게도 부산시의회도 승인해줬다"며 "더 큰 문제는 실시설계 착수 후 땅 양여 협상이나 재원 확보가 어렵게 되면 최소 80억원의 설계비는 허공에 날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막행정' 부산시, 3300억 오페라하우스 미스터리'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도대체 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설계비를 '숱한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지급하려는 것일까"라며 "역시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다보니 이런 황당무계한 이야기까지 나온다. 시 고위 인사의 차기 총선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부산시가 막행정의 대명사이긴 하지만 설마 그럴 리야 있겠는가"라고 썼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오페라하우스 사업은 땅도 없고 돈도 없고 여론수렴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강행되는 0.1%만을 위한 부산시의 독단 행정의 표본"이라며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문화예술인들 명의로 반대 성명서를 내고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페라하우스 사업을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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