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 상승에 장기적인 동력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데다 중국의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더 강하게 지수를 누르고 있다며 '버냉키 효과'는 단기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는 전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53.44포인트(2.93%) 급등해 1,870 선에 올라섰다.

외국인이 7거래일 만에 순매수(2천920억원)를 보였고 기관도 2천835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코스피는 이날 바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수는 오전 11시 현재 전날보다 7.94포인트(0.42%) 내린 1,869.66을 나타냈다.

외국인 매수세도 주춤했다.

버냉키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전미경제연구소(NBER) 주최 행사에서 "상당한 수준의 경기확장적 통화정책은 당분간 필요하다"며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금리를 자동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버냉키 의장이 오랜만에 내놓은 '시장 친화적' 발언이었다.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에 시간을 둘 수 있음을 시사했을 뿐 큰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경기 지표의 회복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가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출구전략이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이 전보다 시장 친화적인 발언을 한 것은 신흥국 자산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데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미국 경제에도 압박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보다도 시장을 강하게 누르고 있는 것은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코스피가 지난달 1,800선마저 무너진 데는 중국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중국 중앙은행이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등 통화 팽창에 따른 불안 요인을 진정시키고자 정책 조정에 나서면서 중국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신용 경색 우려가 확산했다.

또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실물 경기도 침체해 다음 주 발표되는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경제 성장률의 지나친 하락이나 물가의 불안정한 상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용하겠다고 발언해 시장의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가 일단은 늦어진다고 해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분명히 시점이 결정될 것이고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여전하다"며 "아직은 코스피의 추세 상승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시장이 'V'자형 흐름을 완성하려면 '버냉키 효과'에 이어 '리커창 효과'가 필요하다"며 "경제 성장 목표를 지키겠다는 리커창의 발언이 더욱 구체화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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