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북측이 이틀 전 우리 측에 보낸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 및 이산가족 상봉 적십자 실무회담 관련 전통문 전문을 뒤늦게 공개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된 전통문은 정부가 금강산 회담을 거부한 데 대한 불만을 드러냈고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가 "전반적 북남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북측의 전통문이 온 지난 11일 북한이 금강산 회담 및 이산가족 회담을 모두 보류한다고 우리 측에 통보해왔다며 "(보류 이유는) 개성공단 문제해결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알려왔다"고만 짤막하게 전했다.

북한은 이 전통문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한 것이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가장 절박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려는 일념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측이 "북남 적십자 실무접촉에는 동의하면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실무회담에 대해서는 개성공업지구문제가 핵심사안이고 그의 우선적 협의해결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답변을 회피했다"며 "이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전통문에서 두 회담을 모두 보류한 이유에 대해 "이번에 제기한 회담과 접촉문제들은 개성공업지구 회담에 달려있다고 본다"라며 "개성공업지구문제는 말그대로 현 북남관계의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성공업지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 북남관계에서 어떠한 전진도 있을수 없다"라며 "개성공업지구문제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전반적 북남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혀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가 앞으로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임을 분명히했다.

북한이 이날 전통문 전문을 뒤늦게 공개한 것은 이달 15일 열리는 개성공단 3차 실무회담에 앞서 개성공단 문제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전통문은 북측의 인내심에 대한 남측의 오판을 경고하기도 했다.

전통문은 "우리는 남측의 진속(속내)을 잘 알고 있지만 높은 인내심을 가지고 자제하고 있다"라며 "남측은 우리의 아량과 노력에 대해 오판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신뢰는 어느 일방의 기준을 지킬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북남대화를 정략적 목적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하면서 신뢰를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 전통문은 특히 남북관계를 언급할 때마다 레퍼토리처럼 사용했던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대신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성명의 정신'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일컫는 7·4공동성명을 강조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전통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시종일관 '습니다'라는 존대어를 썼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주로 '하였다'를 썼다는 점에서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굉장히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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