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무노조 경영의 '삼성전자' 서비스 기사들이 깼다 

“삼성의 75년 무노조 경영이 1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출범으로 인해 삼성의 관계자들은 노조의 탄생을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400여명은 14일 오후 2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창립총회와 출범식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알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라는 이름으로,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던 삼성에 결국 대규모 노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창립총회 참석한 참석자들의 눈가에는 비장함 마져 보였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단결된 힘으로 노조를 지키고 불법고용 근절과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삼성전자서비스와 싸워나갈 것”이라며 “삼성의 노조탄압이 아무리 악랄하다 해도 한 맺힌 우리의 열망을 꺾을 수 없다”고 결의하는 한편 삼성전자서비스에게 불법고용과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에 대해 사죄할 것과 노조의 교섭요구에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촉구했다.

거대기업, 삼성 노조의 탄생을 출범시키는 총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전국 조합원들은 노조 결성을 위해 서울과 중부지방이 장마로 인해 장대비를 쏟아붇는 와중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강원도 춘천지역 일부 조합원들은 물난리에 승용차를 움직이지 못하자 전철로 대회장까지 왔으며 경북 포항지역 조합원들은 제2중부고속도로가 산사태로 막히자 국도를 돌아 서울까지 올라왔다.

전국에서 참석한 이들은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직원 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협력업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소속된 노동자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불법파견도 의혹이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창립총회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117개 협력업체 가운데 40곳 이상의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입사 때부터 삼성전자로부터 기술교육을 받고 협력업체로 배치되었으나, 그 협력업체는 독립성 없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무관리 부서에 불과했다”며 “이제 그 20년간의 불법고용을 근절하고 대법원의 판결 기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을 당당히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날 출범한 삼성의 첫 대규모 노조가 추구하는 것은 ‘당당한 노동자로서의 삶’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360여 명 가까이 모인 이날 창립총회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동래센터에서 일하다 해고된 위영일씨(44)가 현장투표를 통해 지회장으로 선출됐다.

삼성의 첫 지회장으로 뽑힌 위영일씨는 “고작 100여만원의 월급을 아내에게 갖다줄 때는 마치 죄인처럼 얼굴을 들지 못했다고 고백하며 우리는 더이상 삼성전자의 앵벌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당당한 삼성전자의 노동자이며, 대한민국의 당당한 국민이기에 노동조합을 만들었음을 선포한다”고 노동조합의 정당성을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식에 앞서 진행된 창립총회에서는 386명의 노조원이 참석해 임원선출, 지회 규약제정, 결의문 채택 등을 했다.

임원선출에서는 386명중 366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360명, 반대 1명, 무효 5명으로 지회장에는 위영일, 수석부지회장에는 라두식, 사무장은 신장섭이 선출됐다.

창립총회에 참석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은 “위장도급 불법파견 삼성을 규탄한다”고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창립총회 막바지에는 금속노조가에 맞춰 지회 깃발이 입장하자 노조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맞이하기도 했다.

이어진 출범식에는 민주노총 양성윤 비대위원장,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민주당 은수미 의원 등이 참석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창립을 축하하고 연대를 약속하는 등, 그야말로 새로운 노조의 탄생을 축하하는 발언들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민주노총 양성윤 비대위원장은 “삼성 75년의 무노조 경영의 아성이 동지들에 의해 깨졌다. 이제 대한민국의 성역은 없다”며 “여러분과 같이 노조도 만들지 못하게 하는 곳에서 일하는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을 결합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은  다른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고 한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근무 형태가 유사한 엘지전자는 물론이고, 가정에 인터넷·정수기·비데 등 전자제품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기사 수십만명의 노조원들 역시 조직화를 가속화할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노조결성은 이제 시작만으로도 그 폭발력을 오늘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삼성은 삼성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무노조를 경영의 원칙으로 삼고있던 삼성이 이번 노조 창립 행사의 참여율을 떨어뜨리려고 휴일근무를 권장하며 유례없이 높은 수당을 제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12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불법고용 공동대책위원회가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조 창립 총회 참여를 막기 위해 주말 특근수당을 높일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입수하고 이를 공개했다.

13일 삼성전자서비스 영서지점의 조아무개 차장이 12일 협력업체 팀장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토요일(13일)과 일요일(14일)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면 건수에 따라 최소 5만원부터 최고 11만원까지 수당을 받을 수 있으며, 인센티브까지 합하면 많이 받는 사람은 20만~30만원까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위 위원장은 “보통 토·일요일 근무를 하면 시간외 수당 형식으로 최저임금의 1.5배인 시간당 7300원 정도를 지급해왔다. 아주 바쁜 성수기 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한번씩 있었지만 이번처럼 큰 금액을 건 적은 없다. 노조 설립을 방해하려는 정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의 권영국 변호사는 “삼성은 창립총회 안가는 대신 주말에 근무하면 30만원을 준다며 돈으로 회유해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갈가리 찢어놓았다”며 “노조는 돈이 아니라 인간의 자존심을 살리는 인간선언이며 노동자 권리를 반드시 수호하는 역사적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날 창립총회와 출범식에 참석한 위영일 지회장과 노조원들은 노조를 통해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선출된 삼성전자서비스 위영일 지회장은 “실제로 전국의 조합원들을 보니 기분이 좋고 감개무량하다”며 “우리 조합원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결의했다.

천안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33) 씨는 “회사에서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는 압박이 있었지만, 노동자들이 확실하게 믿고 의지할 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노조에 가입했다”며 “오늘 창립총회에 모인 전국의 조합원들을 보니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동료에게도 자신 있게 가입하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 동래센터에서 온 정진욱(32) 씨는 “노조가 결성되는, 역사가 시작되는 자리에 있어 영광이고 감회가 새롭다”며 “삼성전자서비스의 엔지니어들은 앞으로 회사의 압박에도 노조에 힘을 실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후 노조결성을 알리며 삼성전자서비스 전체 노동자 1만명을 대상으로 가입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에게 금속노조 위원장 명의의 교섭요구안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의 출범식은 총회에 참석한 각 조합원이 자신의 결의를 적인 종이를 타임캡슐에 넣는 퍼포먼스를 하며 마무리됐다. 조합원들의 결의에찬 이 타임캡슐은 다음해에 열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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