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한 백인 정당방위 주장, 미 전역서 시위 이어져

▲ 지난해 비무장 흑인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에 대한 재판에서 미국 플로리다주 제18순회법원 배심원단이 13일(현지시간) 정당방위로 인정해 무죄 평결을 내리자 이를 지켜본 시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미국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 소년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백인이 무죄 판결을 받으며 인종차별 논란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주요 매체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17세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을 총격 살해한 조지 짐머만(29)이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대서특필했다.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제18순회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마틴을 사살한 짐머만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2급 살인 등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고, 데버러 넬슨 판사는 최종판결에서 짐머만의 석방을 선언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샌포드에서 발생한 일로 마틴이 편의점을 들려 귀가하던 중 마틴과 짐머만의 다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가 총에 맞아 숨졌다.

짐머만은 당시 보초를 서고 있던 방범대원으로 마틴을 위험인물로 판단해 수색 과정에서 실랑이가 일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짐머만은 당시 마틴이 먼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살해 위협을 가했기 때문에 자신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흑인인권단체 등에서는 아무런 무기를 소지하고 있지 않던 마틴이 '흑인이라서' 살해됐다는 주장에 거세졌다.

특히 이 사건은 발생 초기 경찰이 짐머만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44일간 체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전국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마틴의 부모는 히스패닉계 백인인 짐머만이 인종차별적 동기로 마틴을 살해했으며, 경찰 또한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지역 흑인사회와 인권단체들의 주도로 시작된 항의집회는 샌퍼드와 인접한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뉴욕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자 플로리다주 검찰은 올해 4월 짐머만을 2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결국 플로리다주 배심원단의 평결로 일단락 됐지만 이날 오후 무죄 판결이 나오자 밤새 전국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또 이번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의 구성은 백인과 히스패닉이 각각 5명과 1명으로 흑인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평소 흑인 청년들에 의한 범죄가 빈번한 점에 불만을 가져온 자경단원이 흑인인 피해자에 의심을 품고 제멋대로 제재를 가한 것이라면서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짐머만은 "거짓말쟁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미국인들은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인 홀더가 짐머만을 상대로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할지 여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이 14일 전했다. 홀더 장관은 지난 4월 이번 사건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부모로서 이번 사건은 견딜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사건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판결로 형사 재판은 일단락됐지만 아직 민사소송의 가능성이 남아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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