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이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면서 STX그룹의 해체가 본격화하게 됐다.

STX조선 채권단 손으로…그룹 공중분해 관련 이미지

STX그룹의 전체 계열사 24개 중 STX조선, ㈜STX,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 등 5곳은 채권단 자율협약의 '우산' 아래 들어갔고, STX건설과 STX팬오션 등 2곳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STX에너지와 해외 계열사인 STX프랑스, STX핀란드, STX다롄조선은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STX조선과 STX팬오션이 각각 자율협약, 법정관리로 들어가면서 그룹 해체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양상이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16일 채권단에 돌린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자금 지원 외에 눈에 띄는 내용은 ㈜STX의 지분 100대 1 무상감자와 채권 7천억원의 출자전환이다.

감자 후 출자전환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 흔히 나오는 방식이다.

감자로 STX조선의 대주주인 ㈜STX 지분을 희석시켜 '나쁜 피'를 빼낸 뒤 채권단의 '새 피'로 수혈하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채권단이 STX조선을 인수하는 셈이다.

앞으로 STX는 주주총회에서 감자 결의 후 출자전환을 단행하게 된다.

㈜STX의 STX조선 지분율은 현재 30.6%에서 100분의 1인 0.306%로 낮아지고, 출자전환으로 채권 7천억원이 자본으로 바뀌면서 채권단의 STX조선 지분율은 높아진다.

결국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STX를 통해 STX조선을 지배하는 연결고리가 끊어져 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하게 된다.

㈜STX가 STX조선을 통해 STX중공업 등의 계열사를 간접 지배하는 구조도 깨진다.

STX조선의 최대주주가 된 채권단은 대대적인 해외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기존 STX조선 경영진은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선박 건조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인적 구조조정의 폭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은 산은이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놓고 각자 내부 심의위원회를 열어 타당성을 검토한 뒤 산은에 동의 여부를 통보하게 된다.

STX조선 채권은행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8곳이다.

8개 채권단 가운데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이번 방안은 확정된다.

이번 방안은 회계법인의 STX조선 실사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 협의 과정을 거쳐 산은이 마련한 것이어서 채권단도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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