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아들 아버지에게 한 행동은‘현대판 고려장’

인생은 60이 아니라 70부터 라는 말이 있다. 의학과 환경이 변해 현대사회에서 70세의 나이는 아직도 건강한 세대다. 

고려장<高麗葬>이란 옛날 고려때에 있었다는 일종의 장사 악법이다. 자기 부모가 나이가 들어 더는 일할수 없게 되면 산속에 땅굴을 파서 그곳에 부모를 가두어 놓고 죽기를 기다리다가, 일단 죽으면 큰돌을 옮겨 땅굴을 봉해 버렸다고  하는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다.

현대판 고려장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정신병을 앓고있는 아들이 70대 아버지를 자전거에 싣고 가 올림픽대교에서 떨어뜨리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경악케 했다. 재판부는 아들에게 2년6월의 징역형과 치료감호를 선고해 효에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민유숙 부장판사)는 존속살해미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과 치료감호를 받은 정 모(46)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난간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버지를 벽돌로 내려치려고 위협하는 등 살해의 고의가 인정된다"면서도 "망상형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아들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고, 법정에 나온 아버지가 아들을 용서하며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 며 낮은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존속살해미수죄는 징역7년 이상 사형에까지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씨의 경우 심신미약에 따른 법률감경과 피해자의 처벌불원에 따른 작량감경을 통해 2년6월형으로 줄었다.

평소 조현병을 앓아온 정씨는 북한군이 자신과 아버지를 죽이려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그들에게 죽을 바에는 스스로 죽는게 낫다고 생각한 그는 아버지를 자전거에 싣고 올림픽대교로 향했다.

올림픽대교에 도착한 아들은 "같이 다리난간위로 올라가서 뛰어내리자"며 아버지의 등을 떠밀었다. 난간아래는 강변북로여서 떨어지면 대부분 죽는다. 아들의 행동에 불안한 아버지는 안쪽 난간을 붙들고 버텼다. 이에 화가 난 아들 정씨는 보도블럭을 들어 아버지를 위협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죽어도 안간다"며 난간을 붙들고 저항했고 이어 지나던 차량행인들의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정씨를 체포했다.

변호인은 "정씨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라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의사결정능력 자체가 결여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심신미약만 인정했다. 정씨는 결혼도 하지 못한 채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재판부는 "정신병으로 주변사람에게 위험한 행동을 해 왔고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일정기간 사회와 격리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치료감호도 동시에 명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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