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비자금 조성규모는 모두 6천200억원대로

CJ그룹은 18일 이재현 회장이 구속 기소되자 착찹함을 드러내면서도 추가 혐의가 나오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검찰은 국내외에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면서 모두 2천78억원의 횡령·배임·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이 회장을 이날 구속 기소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수감 될 시점부터 구속기소가 될 것을 예상했던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로 크게 혼란스러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속 영장에 적시된 혐의 내용이 크게 추가된 점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CJ그룹측은 "검찰 수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어질 재판 과정에서 소명할 부분이 있으면 변호인단이 잘 판단해서 적극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J, 이재현 회장 구속기소에 겸허히 수용 관련 이미지

검찰이 이날 발표한 이 회장의 혐의내용은 크게 세가지다.

검찰은 이 회장이 비자금을 운용하며 546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것과 함께 법인자산 963억원을 횡령하고 개인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 회사에 56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결과 CJ그룹이 1990년대 말 이후 조성한 국내외 비자금 규모는 모두 6천200억원대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애초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제기했던 혐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혐의에 따라 액수가 오히려 줄어든 부분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CJ그룹 측은 이 회장의 구속기소를 앞두고 추가 혐의가 대거 포착될 것인지를 놓고 노심초사해왔다.

이번 검찰 수사 발표에서 대규모 비자금이 추가 발견되지 않았고,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권 등 정·관계 인사의 로비 의혹 등으로 혐의가 확대되지 않아 CJ그룹으로서는 한시름을 놓게 됐다.

CJ그룹은 재판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소명해 형량을 최소화 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해외조세피난처 등 집중 문제가 된 부분을 해소할 계획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조세포탈 창구로 이용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조만간 모두 정리할 것"이라며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CJ그룹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로이스톤'과 '프라임 퍼포먼스' 등 19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조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CJ그룹은 이들 회사를 모두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의 경우 재판 과정에서 공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형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박근혜 정부들어 구속기소된 첫 대기업 총수로 이름을 올린데다, 검찰이 재벌 총수의 역외탈세 범죄를 처음 규명했다며 벼르고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CJ그룹이 수차례 이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재판 과정 중 적절한 때를 봐 병보석을 신청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CJ그룹은 앞서 이 회장이 만성신부전증과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을 앓고 있어 건강이 위중한 상황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병보석을 겨냥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CJ그룹 관계자는 "보석 신청 기회는 한 번 밖에 없는 만큼 변호인단이 재판과정 중 상황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신청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CJ그룹은 이 회장 기소 이후 앞으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손경식 회장이 주축이 돼 출범시킨 경영위원회 활동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검찰 조사 결과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만큼 기업 투명성 강화와 사회공헌활동에도 집중해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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