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지주·신보·우리금융 이어 KB까지 `官 입김' 논란

금융권의 관치금융 문제가 다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BS금융지주 회장의 퇴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 연기,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인사에 이어 KB금융지주까지 관치금융 논란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건호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이 차기 국민은행장에 내정되면서 KB금융그룹을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 부행장은 금융위원회 고위 인사가 노골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노조가 선임 시 강력한 반대 투쟁을 예고한 인물이다.

정부 고위관료 출신인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내부출신 중용"으로 노조를 달래면서 이 부행장의 행장 내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임영록 회장도 내정 당시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던 터라 이번 인사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더구나 KB금융 부사장으로 선임된 김용수 부사장도 한나라당 부대변인, 17대 총선 출마 등의 정치권 경력을 가지고 있어 논란은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 1층에서 이 내정자의 선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박병권 노조위원장은 임영록 회장을 만나 "취임 당시 약속했던 `내부인사 중용'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건호 국민은행장 내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임 회장과 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한 사외이사들의
퇴진도 요구하는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관치금융 논란은 지난 6월부터 끊이지 않고 불거지는 실정이다.

6월에는 금융당국이 이장호 BS금융지주회장에게 장기 집권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퇴진을 요구해 노골적인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장호 회장은 결국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진 지 며칠만에 임기를 9개월이나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고 말았다.

금융당국 인사의 내정설이 나돌았던 신용보증기금은 아직 이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기 이사장으로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차기 이사장 선임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결국 17일 임기가 끝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새 정부 들어 금융공기업 경영자 중 임기를 넘겨 업무를 연장한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도 힘을 못 쓰는 것처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금융 주요 계열사 중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우리파이낸셜, 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개 계열사 대표의 인사만 단행됐을 뿐 나머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에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에 금감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을 지냈던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이 내정된 것도 뒷말이 많다.

더구나 인선이 늦어지면서 계열사 인사마저 이 회장 뜻대로 못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모피아'가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금융 관련 협회 7곳, 금융지주 10곳 등 총 26곳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모피아 출신이 무려 절반인 13명에 달한다.

최근 선임된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회장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이며,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기재부 국고국장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다.

금융지주 회장 중에는 재정경제부 2차관 출신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기재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지낸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모피아 출신이다.

최근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선임된 김익주 원장은 기재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을 지냈으며,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기재부 관세정책관을 지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이 선진화할수록 민간의 활동 영역이 넓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갈수록 `관(官)'의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며 "선진금융 구현은 구호로 그칠 뿐 현실은 그와 정반대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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