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갑의 횡포` 국회감사에서 철저히 해부

남양유업으로 촉발된 ‘갑을 논쟁’이 편의점 업계를 넘어 화장품 업계까지 확대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까지 화장품에 관한 별도의 실태조사 및 이와 관련한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2주 동안 국내 대표 화장품 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현장조사를 벌였다고 20일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완종 의원(새누리당, 충남 서산태안)은 지난 6월 17일 임시국회에서 관련사항을 질의하는 등 화장품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제빵(4월), 피자, 치킨(7월), 커피(11월), 편의점(12월) 등 가맹사업법 위반여부에 대해서만 집중 조사를 벌인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노대래 위원장은 화장품 부문만 특별히 떼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은 없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공정위의 생각과는 달리 화장품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국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공정위도 화장품 업계에 대한 조사를 전격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완종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로 가맹점주 민원이 들어오는 등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같은 사례가 화장품 업계에도 확산돼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화장품 관련 민원이 폭주한자 공정위는 조사 대상을 브랜드 매출 1위 ‘미샤’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블씨엔씨와,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아리따움 등 8곳을 우선 조사대상으로 설정하고 지난 8일(월)부터 19일(금요일)까지 2주에 걸쳐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에뛰드, 토니모리, 스킨푸드,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 8개 화장품 가맹본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가 종료된 19일 공정위는 성완종 의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공정위 조사팀은 각 브랜드의 본사 실태조사를 통해 대리점 계약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해,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 중에 있다.

조사가 실시된 8개 중 3개가 법인만 다를 뿐 동일 회사이다. 세부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별도 법인을 통한 분사방식으로 결국 과다출점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피해가면서 몸집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들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이미 공정위를 통해 여러 차례 접수돼 다음과 같은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09년 7월 7일, (주)토니모리, (주)더페이스샵은 정보공개서 미제공, (주)에뛰드는 가맹계역서 지연교부로 경고, 2011년 11월 18일, (주)토니모리는 부당한 계약종료로 경고, 2012년 3월 16일, (주)이니스프리는 영업지역 침해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공정위의 조사와는 별개로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화장품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곳이 가맹점을 상대로 방문판매원 인력 빼가기, 밀어내기, 끼워팔기 등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화장품 가맹본부들은 [구입강제](소위 물량 밀어내기, 물량 떠넘기기라고 불리는 행위), [판매목표 강제], [경제적 이익제공 강요], [부당한 계약갱신 거절], [부당한 계약해지], [영업지원 거절], [영업지역 침해] 등 가맹사업법 및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제공하거나 입막음을 위한 상시적인 감시와 협박, 보복조치 등을 당하는 사례를 접한 제보자들로서는 또 다른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직접 문제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참여연대가 대신해 화장품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고발했다”고 전했다.

이어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화장품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그 피해자가 제보자들에게만 국한될 것으로 보이지 않다”며 “최근 국내 화장품 가맹사업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때 화장품업계 전반이 불공정거래행위가 만연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토니모리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를 상대로 부당한 계약갱신 거절 및 부당한 계약해지로 피해를 공정위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가맹본부에 가벼운 경고조치만을 내렸다”라며 “신고한 가맹점주들에게 더 큰 불이익을 주는 한편 다른 가맹점주들에 대해서까지 부당한 계약갱신 거절 및 부당한 계약해지를 자행하는 등 불공정거래행위의 수위를 오히려 더 높였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화장품 산업 시장규모의 성장세는 마치 무차별적 출점을 통해 급속 성장한 편의점 업계의 양상과 비슷해 화장품 가맹점은 ‘제2의 편의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미 화장품 업계는 갖가지 불공정행위가 만연해 있어 ‘제2의 편의점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주장했다.

따라서 최근 여론을 통해 드러난 가맹점주 사례가 몇몇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성완종 의원실 관계자를 비롯한 최근 이와 관련한 문제제기를 하는 의원 및 단체의 입장이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홍보팀에서는 여러가지 논란에 대해 “피해점주협회에서 주장하는 대부분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판매원 인력 빼가기’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와 특약점 사이의 계약이 종료되면 특약점에 소속된 방문판매원들이 일할 곳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근처 특약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영점뿐 아니라 특약점으로 방문판매원을 골고루 분산하고 있고,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이 크게 늘어난 것만 봐도 수치상으로도 피해점주들의 주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제 계약 종료’에 대한 부분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약정 사항에 의거해 종료한다. 일방적인 계약 종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업 실적에 문제가 있거나 경영 개선이 안 되는 경우 2~3년 기회를 보고 상의를 하며 개선 여지를 검토해 나가다가 개선 여지가 없을 때 종료한다”고 말했다.

또 ‘판촉물 강매’에 대해서도 전산 프로그램상 특약점에서 일방적으로 주문을 넣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주문을 강요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든 사항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피해점주협회 측에서는 “녹취록이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의 분쟁 중 통화, 회의 등 다양한 상황의 녹취 파일이 있다는 것.

제2의 남양유업 사태로 논란이 일며 ‘막말 녹취록이 있다’고 보도된 기사에 대해서는 “막말이라는 것이 듣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생계를 내놓으라고 위협하는 태도는 피해점주들에게 충분히 막말로 다가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너무 나서지 마세요. 얻는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잃는게 더 많을텐데요’, ‘순순히 특약점을 내놓지 않으면 옆에 직영점을 열어서 내놓을 수 밖에 없게 만들겠다’, ‘동생이 지금도 특약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안 좋은 영향력을 행사해도 괜찮겠나’ 등을 부분적인 예로 들었다. 녹취 내용은 정리가 되는대로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측의 반박 입장에 대해서는 자의적으로 문을 닫은 경우도 있겠지만 95%는 타의에 의한 것일 것이라며, 한 사장의 본명을 거론하며 6개월 동안 특정 특약점을 빼앗기 위해 실적, 방문판매원 관리 등을 문제삼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피해점주협회의 한 사람은 “10년 동안 투자해서 사업을 확장했더니 아무런 협의없이 ‘성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3개월밖에 연장 계약을 못하고 계약 해지됐다. 아모레퍼시픽 직원도 아니고 내 돈을 투자해 내 사업을 하는데 성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하는 것은 트집으로밖에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계약 해지된 곳의 방문판매원은 2~3개의 특약점이나 직영점에 나눠 분배된다. 아모레퍼시픽에서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이 늘어난 것을 인력 빼가기가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이런 식으로 성장한 특약점 문을 닫게 해 여러 개로 나누거나 큰 특약점에 방문판매원 20명 달라, 30명 달라 해서 회사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반박했다.

“아모레퍼시픽 말고도 수십년간 비슷한 영업 사업을 해왔지만 이런 회사는 처음”이며 “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면 당장 칼을 맞아 죽어도 상관없다”고 억울한 입장을 격앙된 태도로 나타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리고 한때 이 회사와 함께 성장했던 특약점주들. 제2의 남양유업 사태로 번질 것인지 혹은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반박이 등장할 것인지, 이들이 극적으로 화해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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