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국가기록물 특검으로 밝혀라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동의로 여야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회의록의 원본을 열람하고자 했지만 18일 국가기록원은 그 자료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와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물 사본에 최소 두 차례 이상 무단 접근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야가 진상파악에 나섰다.

사라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18일 국회에 출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넘겨받은 자료 목록에 대화록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기록관 초대관장을 지낸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지정서고 목록은 종이문서 목록을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정상회담 대화록은 이지원을 통해 전자문서로 이관됐고, 이에 따라 대화록이 지정서고 목록에 없는 것은 당연한 얘기"라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도대체 지난 5년 동안 지정서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두가 궁굼해 하고 있다.

지정서고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자 조,중,동은 19일자 신문에서 일제히 노무현 대통령 측에서 기록물을 폐기했다는 쪽에 무게를 실어 보도했지만 그걸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파일이 없다고 한 것도 커다란 파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어 이번엔 대통령기록물과 동일한 사본을 보관하고 있는 특수서고 내의 이지원(노무현 정부 전자문서 관리시스템)의 봉인이 무단해제됐으며, 시스템에도 두차례 무단 접속(로그인)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또 한차례 논란이 일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당시 기록물이 무분별하게 유출돼 정치적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게 됐다.

이와 관련해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21일 오후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고 누가 임의로 봉인을 풀고 시스템에 무단 접속했으며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벌어졌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사료편찬을 하고 있는 노무현재단 사료팀이 지난 3월 26일,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기록을 제공받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했을 당시, 지정서고에 보관돼 있어야 하는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이 해제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 접속한 흔적(로그 기록)도 확인했으며, 두 건의 로그 기록이 바로 발견돼 재단 측은 이의제기 후 추가 확인 작업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당시 노무현재단은 이지원 시스템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대통령기록관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발견된 로그 기록 이외에 얼마나 더 많은 접속 기록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홍 의원은 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기록관 측은 해명을 통해‘시스템 구동 여부 확인’과 ‘항온항습 점검’을 위해 각각 로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이를 두고 홍 의원은 “봉하 이지원 시스템을 검찰과 대통령기록관,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함께 입회해서 봉인한 이상,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노 전 대통령측에는 사전 협의와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그런데도 아무런 협의 없이 대통령기록관측이 단독으로 봉인을 해제하고, 이지원 시스템에 마음대로 접속했다는 것은 상식밖의 행동이 아니냐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대통령기록관과 검찰은 봉하마을로 이관됐던 ‘이지원’ 사본과 관련해 지난 2008년 7월 말부터 10월까지 봉하 이지원 기록 사본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기록 이외의 대통령기록물이 존재하는지 조사한 결과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한 이지원 기록 사본과 보관 중인 대통령 기록물 간에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검찰 조사가 마무리 된 뒤, 검찰은 ‘봉하 이지원 시스템’이 대통령기록물과 동일하다고 판단해 이에 준하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독립된 특수서고에 보관하도록 했으며 이 때 대통령기록관 측과 검찰, 노무현재단 관계자가 함께 지켜보는 앞에서 봉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누가 봉인을 풀었고 무슨 이유로 무단 접속했는지,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홍 의원은 “대통령기록관측은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을 해제하고, 접속한 경위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며 “아울러 밝혀진 두 건 이외에 추가로 접속한 사실이 없는지 신뢰할만한 방식의 확인 작업 또한 즉각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22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논란’과 관련해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물 부실관리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 원내대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봉하마을로 반출했다가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한 참여정부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 사본을 보관하고 있는 특수서고의 봉인이 두 차례 해제됐다는 홍영표 의원의 주장을 증폭시키는 데 주력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10년 3월 이후 최소 두 차례 대통령기록관 기록물 봉인기록이 이명박 정부에 불법해제되고 무단으로 접근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불법으로 접속한 시기도 참여정부의 기록물관리자들이 해임된 직후로 미묘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봉인된 기록물에 무단접근을 시도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지난 5년간 국가기록원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기록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이른바 ‘버뮤다 삼각지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 원내대표는 “도대체 어떻게 관리했기에 참여정부에서 통째로 넘긴 이지원의 기록과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실종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남재준 국정원장 등 현 정권 실세들은 그동안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없을 것이라고 교묘하게 흘려 왔다. 기록물의 존재 여부를 불법적으로 확인했거나 훼손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원내대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는 별개로, 이미 발견한 정상회담 사전·사후 기록을 조속히 열람하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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