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G연습 기간 한반도 긴장지수 높아질 수도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6차례의 남북당국 간 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됨에 따라 당분간 남북관계의 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지속적인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도 유일하게 대화의 끈을 이어주던 개성공단 회담이 추후 날짜도 잡지 못함으로써 남북관계는 사실상 '제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25일 6차 실무회담이 마무리된 직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로 인해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6차례의 회담 기간 우리 정부는 "가동중단의 책임이 북한 측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재발 방지에 대한 북한 측의 확고한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반면 북한 측은 가동중단 책임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조속한 공단 재가동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사태에 관한 '북한의 책임 인정 및 재발 방지 확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남북 모두 정치적 성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치도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까지 거치면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는 별로 없이 '북한 길들이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남북관계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당국 간 회담을 비롯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회담 등 북측이 박근혜 정부 들어 주도적으로 해온 대화 제의들은 남북간 이해관계의 불일치로 더이상 성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지난 5월 14일부터 실무회담 의제로 북측에 제기했던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더욱이 내달부터는 한미 양국의 연례적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이 예정돼 있다. 북한은 한미 군사연습 때마다 남북은 물론 북미간 대화도 단절시키면서 군사적 위협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대화 모드 대신 위협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 UFG 연습 기간에는 남북간 대화를 단절된 채 '전승절'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의 결렬로 남북대화와 경제발전에 주력하려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이른바 '온건파'가 밀려나고 군부 강경파들이 다시 득세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까지 가세한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 같은 극단적인 군사적 도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도발보다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군 수뇌부의 군부대 시찰, 군사연습 같은 '과시용' 행보나 언론 매체를 통한 대남 비난전 등 '위협적 언사'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UFG연습도 있어 북한이 다시 정세를 긴장시킬 가능성은 높지만 중국과 미국 등의 분위기를 봐가면서 언행은 거칠게 하되, 실제 무모한 군사행동 같은 도발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UFG연습이 끝나고 중국 등 외부에 떼밀려 북한이 다시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남북이 서로 '근본적인 문제'로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화는 공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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