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 장외투쟁 선봉장 되겠다 선언

침묵했던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에 나서겠다“며 사실상 ‘장외 투쟁’을 선언하고 국정원 사건의 처음과 끝을 직접 이끌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 댓글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를 놓고 여야 간사 간 협의가 결렬되면 즉각 장외투쟁에 돌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긴급 비상 의원 총회를 마친 김 대표는 4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은 지난 대선 당시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경찰은 이를 은폐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검찰수사로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국정원이 국회의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정상회담 회의록을 제멋대로 공개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만들어 온 민주당의 대표로서 참으로 절박하고 암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을 외면하고 “새누리당은 진실의 촛불을 가리고 국정조사를 방해하는데 전념하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하며 이제“민주당의 인내력은 바닥이 드러났다”고 했다.

김대표가 이런 참담한 심경을 밝히는 이면에는 현재 여야 간 국조특위 간사 협의가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는 31일 오전 간사 간 협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김현·진선미 민주당 의원에 대한 증인채택 주장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증인에서 빼달라고 수정 제안했지만 민주당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청래 민주당 간사는 “김현·진선미를 빼달라고 새누리당에 부탁한 적 없다”며 “김무성·권영세 의원이 나오면 동급동수로 현역의원을 내보내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간사는 “국정원 기관보고 날, 권성동 간사 방을 찾아가 공통적인 18명과 원세훈·김용판 등 20명을 증인채택 합의해 달라 했고, 그 자리에서 권 간사가 좋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원세훈·김용판 등 20명에 대해 “합의한 바 없다”고 말한 새누리당의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원세훈·김용판의 대응카드로 진선미·김현 의원을 요구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것이 김무성 의원·권영세 대사의 증인채택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장외투쟁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장외투쟁을 주장했다고 이언주 대변인은 밝혔다.

5선 중진인 이석현 의원은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을 하자”며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목희 의원도 “지금 새누리당은 상식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정당이 아니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현재 위기상황”이라며 “원내 국조를 포기할 수 없지만 강력한 장외투쟁을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 역시 “모두 촛불에 합류해야 한다”며 “당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은 대체로 계파를 가리지 않고 장외투쟁을 주장한 셈이다.

다만 이언주 대변인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채택과 출석담보가 있어야 국정원 국정조사가 정상화될 수 있고 의미가 있다”고 합의의 선을 그었다.

서울경찰청의 지난 대선 직전 의문의 수사결과발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무성 의원·권영세 대사가 빠진 것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이 받을 수 있는 선까지 협상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배재정 대변인은 “김무성 의원·권영세 대사를 불러서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것은 정청래 간사가 말한 대로 당의 입장”이라며 “다만 기본적인 원세훈·김용판을 증인으로 세우는데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자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30일을 파행시켰다”며 “세 번의 파행과 20여 일간의 국정조사 중단, 증인 채택 거부로 인해, 더 이상 국정조사에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으며 새누리당은 지금도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들을 「조건부」라는 말로 야당을 기만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의 행태를 “국정조사를 모면하려 국민과 국회를 모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은 그 동안 국정조사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인내할 만큼 인내해 왔고, 참을 만큼 참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었다”며 “이 시간부로 민주당은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비상체제’의 가동을 위해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운동본부’를‘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해 국민과 함께하는 첫 의원총회를 현장에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한발 더나가 김 대표는 국민운동본부의 본부장을 직접 맡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동시에 한다”는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새누리당이 협상에 응할지가 관심대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이다.
민주당으로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민주당역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의 ‘장외 투쟁’ 선언은 지도력 부재의 비판을 불식하고 정국의 전환을 꾀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치계는 보고 있다.

다음은 "김한길 당대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만들어 온 민주당의 대표로서 참으로 절박하고 암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국민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은 지난 대선 당시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경찰은 이를 은폐했으며, 검찰수사로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국정원이 국회의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정상회담 회의록을 제멋대로 공개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을 외면하고 애써 눈을 감고 있습니다. 또한 새누리당은 진실의 촛불을 가리고 국정조사를 방해하는데 전념하고 있는 듯합니다.

국민은 분노하고, 민주당의 인내력은 바닥이 났습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30일을 파행시켰습니다. 세 번의 파행과 20여 일간의 국정조사 중단, 증인 채택 거부로 인해, 더 이상 국정조사에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들을 「조건부」라는 말로 야당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위중한 상황에도 국정조사를 모면하려고 여당이 보이는 행태는 국민과 국회를 모욕하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그 동안 새누리당을 설득하고 인내하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민주당은 그 동안 국정조사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인내할 만큼 인내해 왔고,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의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마당에 더는 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들었고, 오늘 의총을 통해서 당의 결의를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민과 함께 나설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 시간부로 민주당은 비상체제에 돌입합니다.

그 동안 추미애 본부장이 이끌어왔던「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운동본부」를「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로 확대?개편하여, 당대표인 제가 본부장을 직접 맡아 이 국면을 이끌겠습니다.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동시에 직접 이끌겠습니다.

국민과 하는 첫 걸음으로 서울광장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하고, 내일 국민과 함께 하는 첫 의원총회를 현장에서 개최하겠습니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홀로 걸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걸을 때, 우리는 항상 앞으로 행진할 것이라는 맹세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두운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수천, 수만의 진실의 촛불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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