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이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 적극 홍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일부 제품을 수입금지하도록 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애플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하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는 최근 애플이 미국 내에서 이미지 변신을 꾀한 영향도 상당히 크게 작용했으리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초 애플은 일자리 창출 등 미국 경제에 실제 이바지하는 바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 내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가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에서 아이폰을 만드는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이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대선후보의 지난해 대선 TV토론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미국 노동자들이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유연성이 없다는 애플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제조업체가 새로 공장을 세울 때는 노동자들에게 기술훈련도 시켜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당황한 애플은 지난해 자사가 미국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가 51만 4천 개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미지 전환' 전략을 폈다.

잡스에 이어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은 당시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애플 제품이 미국 내에서 생산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애플도 이를 위해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애플은 올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전문가용 데스크톱 컴퓨터인 '맥 프로' 신형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이폰·아이패드에 새긴 '디자인드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캘리포니아의 애플이 디자인했다)'라는 문구를 강조하며 미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더 강하게 내세웠다.

맥 컴퓨터의 운영체제(OS)인 맥OS 새 버전의 이름도, 그동안 고양이와 동물의 이름으로 불렀던 전례를 깨고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주 내의 한 지명인 '매버릭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것이 우리의 서명이자 전부"라는 설명과 함께 "디자인드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라는 카피를 내보이는 광고를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캐터필러는 일본에서, 포드는 멕시코에서, 인텔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일자리를 되돌려 왔다"면서 "애플도 다시 미국에서 컴퓨터를 생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거부권 행사는 제조업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정책을 따라 준 애플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보답 성격도 있지 않으냐는 게 전자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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