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 조범현 초대감독 선임, 신생구단의 위력보일까?

▲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라마다 프라자 호텔에서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의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조범현 감독(가운데), 권사일 KT 스포츠 사장(왼쪽), KT 스포츠단 주영범 단장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가 2014년 2군 합류 후 2015년 1군에 입성한다.

신생 NC구단이 금방 적을 한 것을 보면 KT도 금방 적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조범현(53)이 창단감독으로 나섰지만 코칭스태프부터 시작해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

◆창단부터 치열한 전쟁속에 시작

전북·부영과 수원·KT는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를 자신들이 가져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지역간 대립구도를 떠나 KT와 부영이라는 기업간 대리전까지 이어지며 10구단 창단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상 확정한 경기도 수원시와 통신기업 KT는 10구단 조기 정착을 위해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예정으로 보였다.

▲ 지난 1월17일 KT가 홈구장으로 사용할 수원야구장. 수원시는 290억원을 들여 1만4천석의 수원야구장을 2만5천석으로 증·개축해 내년부터 KT구단이 2군 리그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원래 계획은 290억원을 투입해 기존 수원 야구장을 1만4천석에서 2만5천석으로 증·개축하고, 전광판도 최신형 3D 풀컬러 동영상 화면으로 교체한다. 야간 경기를 위한 조명시설도 바꾸고 홈팀과 원정팀이 사용할 더그아웃, 락카, 물리치료실, 워밍업실 등 선수 시설이 새로 들어설 뿐만 아니라 심판실, 감독관실, 기자실, 중계방송실 등 경기운영 관련 시설도 설치될 예정이었다.

이어 1단계 증·개축이 마무리되면 야구장과 실내체육관을 연계, 2018년까지 스포츠와 문화, 여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 스포츠문화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특히 돔구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에 있었다.

하지만 수원야구장은 기공식을 한지 6개월이 지나도록 삽질도 못하고 있다. 이에 KT구단은 창단 첫해부터 홈구장이 없어 훈련할 장소도 더부살이를 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비가 예상보자 적게 편성되면서 공사를 하겠다고 입찰에 응한 업체가 없어 시공업체 선정이 두 번씩이나 연기됐고 수의계약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동부건설을 상대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가 지연되면서 KT구단은 선수훈련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올해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들을 선발, 훈련해야 하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는데다 내년 봄부터 참여할 2군 리그 경기 역시 어느 경기장에서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T 조범현 감독을 영입하다

▲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라마다 프라자 호텔에서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의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조범현 감독이 기자회견에 앞서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KT 구단은 비록 열악한 환경에 출발하게 됐지만 조범현(53) 감독을 영입함으로 청사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조 감독의 지휘아래 프로야구 KT는 수장 자리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권사일 KT 스포츠 사장은 5일 조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풍부한 지도력과 경력을 갖춘 분을 초대 감독으로 모셨다"며 "선수 육성 능력과 야구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준 분"이라고 소개했다.

수년간 쌓은 감독 노하우에 그라운드 밖 경험까지 곁들인 조 감독은 SK 와이번스(2003∼2006년), KIA 타이거즈(2007∼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프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조 감독은 치열한 승부의 세계 선봉에 서 있다 한 발 옆으로 물러나 있었다. 2011년 KIA 사령탑을 끝으로 약 2년간 공백기를 가진 후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과 삼성 인스트럭터 등을 맡았다. 이는 그라운드 안이 아닌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를 지켜본 셈이다.  이는 한 팀을 끌고 나갈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1군 진입 후 둘째 해에는 4강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는 조 감독의 목표다. 조 감독은 "신생팀인 만큼 중장기적인 육성시스템을 생각하겠다"면서 "선수들에게 프로 의식을 정립해, 강하고 패기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구성에 대해서는 "감독이 된 지 3일밖에 안됐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신생팀인 만큼 진정성과 열정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자신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

또 그는 구체적인 설명은 피하면서도 여러 차례 NC의 사례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조 감독은 올 시즌 삼성의 인스트럭터로 활약하면서 "NC의 경기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면서 "우리도 신생팀인 만큼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NC구단은 2년 전 신생팀을 구성해 시행착오를 거쳐 올 시즌부터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 신생구단 답지 않게 당당히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 KT의 롤 모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KT에서 보여준 선수단 구성과정도 신생 구단 지원책에 따르는 만큼 NC와 거의 똑같다.

NC는 두 차례 신인드래프트에서 우선·특별지명을 포함해 32명의 좋은 신인 선수를 데려갔고 2차 드래프트와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을 통해 팀의 허리 역할을 할 즉시 전력감의 중견 선수들을 보충했다.

이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호준과 계약, 팀의 4번 타자이자 맏형을 기둥으로 세웠다.

마지막으로 세 명의 외국인 선발투수를 영입해 한 시즌을 버텨낼 원동력을 얻었다.

조 감독도 이런 NC의 성적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정말 잘하고 있다"면서 "선수 구성을 보면 젊은 선수와 중견, FA 등 신구 조화가 잘 맞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조 감독은 KT구단에 대해 "신생팀인 만큼 젊은 선수들로 구성될 것 같다. 중장기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행착오는 찾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가급적 시행착오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데 그라운드 밖 경험들이 소중한 자양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걱정반 기대반

이제 막내구단으로 들어서는 KT위즈의 야구계의 시선은 기대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간 KT가 프로야구와 인연이 없어 걱정이 더 앞서지만 KT는 야구인들의 우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KT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기존에 없던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앞세워 야구단의 성공적 정착을 이끌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는 조범현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고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모두 부여하기로 한 것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권사일 KT 스포츠 사장은 "감독이 주도하는 것이 KT 스포츠의 위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KT는 감독 중심의 선수단 운영으로 성공을 일군 바 있다. 바로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농구단을 전창진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전 감독은 선수단 스스로 색깔을 내도록 했고 결국 취임 첫 해 선수들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며 프런트의 믿음에 보답하기도 했다. 또 이듬해에는 창단 첫 우승을 일궜다.

이에 KT는 신생야구단에게도 이같이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하기 위해 감독 선임에도 상당한 공을 기울였고 이로써 조범현 감독이 초대감독으로 선정했다. KT 지도부는 조 감독을 강함과 약함이 공존하는 사람, 단단한 산과 같은 사람이라 표현하며 신뢰를 보냈다.

권 사장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30년간 야구를 위해서 살았다'고 말한 것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며 "(조 감독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인생의 질곡을 많이 겪은 분 같았다. 강함과 약함을 동시에 가진 굉장히 인간적인 감독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이제 KT구단은 감독의 주도아래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그들만의 색깔을 내고 1군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조 감독이 내세운 '1군 진입 후 둘째 해에는 4강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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