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균 설사역 약효 검증 안 된 것 알고도 그냥 넘겨.."제약사 기본을 무시한 것"

약효가 검증된 적 없는, 동화약품의 유산균 설사약이 20년간 환자에 쓰였다는 사실에 제약업계 안에서도 '황당하고 부끄러운 사건'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이 회사는 설사약의 실제 성분이 허가된 정보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도 8년이나 감춰왔다. 

문제가 된 프랑스 압탈리사(社)의 유산균 설사약 '락테올'은 지난 1988년 동화약품을 통해 국내 도입됐다.

압탈리는 2005년 락테올에 실제 사용된 성분이 아시도필루스균이 아니라 다른 2개 유산균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자국내 허가사항을 변경한 뒤 이 정보를 동화약품에도 통보했다. 동화약품은 이런 사실을 보건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1992년부터 허가정보에 근거해 아시도필루스균으로 복제약을 만든 다른 국내 제약사들은 계속 잘못된 균주로 제품을 생산해온 것이다.

환자들은 2005년 이후로도 8년이나 약효가 미지수인 유산균을 급성설사에 효과가 좋은 치료제로 알고 먹었다.

락테올 복제약을 생산하는 상위권 제약사 A사의 한 관계자는 "약 성분 정보가 틀리게 알려졌는데도 이를 바로 잡지 않은 것은 제약사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을 무시한 것"이라며, "환자들이 포장지에 표시된 내용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월 락테올의 실제 성분이 신고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당시 즉시 판매중지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식약처에 대해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식약처는 지난 1월 프랑스 원료공장 실사 과정에서 동화약품이 허가받지 않은 원료를 수입하려는 것을 파악하고도 원료수입만 불허했을 뿐 판매금지 등 별다른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

원료가 바닥난 동화약품이 뒤늦게 허가변경을 공식 신청하고서야 식약처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시 조직개편 과정에서 부서간 업무 협의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며, "이후 회사가 원료심사 신청을 철회해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식약처와 허가사항 변경 절차 등을 상담했으나 지난달까지 식약처가 별다른 방침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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